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지난달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48만여 대의 폴크스바겐 디젤차에서 배출가스 시험을 조작하는 ‘차단 장치(defeat device)’를 설치해 오염 물질 배출량과 연비를 속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엔진에 장착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로서 시험 중에는 안전 모드로 되어 속도와 배출량을 조절해 황화합물(SOx), 질소화합물(NOx),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장치가 가동되지만, 일단 주행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꺼지게 돼 있어, 실제 주행 시 NOx의 배출량이 시험 시의 40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즉각 전 세계적으로 1100만 대의 차량에 이 장치가 설치됐다고 시인하면서 CEO를 교체하는 한편, 미국에서 판매된 50만대의 차량을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한 금전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폴크스바겐 측은 이번 리콜에 소요되는 비용이 65억유로 (8조5천억원)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는 이 경우 차 한 대당 최고 3만7500달러, 최대 180억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다가 소비자나 주주들의 소송까지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상상을 넘는 액수가 될 것이다. 폴크스바겐 주가가 사건 발표 전후로 34% 이상 폭락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EU에서도 이미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독일이나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관련 차량의 리콜과 소비자의 소송, 그리고 정부의 조사와 징계가 예상되고 있다. 시장의 신뢰 상실과 그로 인한 향후 수요 감소까지 감안하면, 폴크스바겐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디젤차가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SOx, NOx,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 건강과 기후변화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청정수송위원회(ICCT)에 의하면, 오염 배출을 허용 범위 이내로 줄이는 클린디젤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다고 한다. 차 한 대에 220파운드(약 39만원)만 들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39만원을 아끼려고 배출량을 조작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비슷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포드 핀토 사건이 그것이다. 1970년대 초 포드는 일본 자동차에 대항하기 위해 저가의 포드핀토(Ford Pinto)모델을 출시했는데, 연료통이 뒤편에 장착돼 약간의 충격에도 쉽게 폭발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수정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작 11달러에 불과했지만 포드는 원래 설계한 대로 시장에 내놓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쳐서 드는 비용보다 설계를 바꾸는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이었다. 사고로 인한 예상 비용이 4950만달러인데, 설계 변경에 드는 비용은 1억3500만달러라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1971~1978년 사이에 사망자는 500명이 넘었고 그 중 95%는 설계를 수정했다면 살릴 수 있었다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엔지니어는 증언하고 있다. 같은 기간 약 50여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그 중 한 사건의 경우 300만달러의 손해배상과 1억2500만달러의 징벌적 배상을 선고 받았다. (물론 뒤에 350만달러로 감액됐지만.)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짓을 의도적으로 감행했다는 점, 그리고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법적, 윤리적 측면으로 나눌 때, 이번 폴크스바겐의 행위는 모든 측면에서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주주나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줬고, 법률을 위반했으며, 의도적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속이는 비윤리적 행위를 한 것이다.

사회책임철칙(iron law of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말이 있다. 권력이 있을 때 그 권력을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방식으로 쓰지 않으면 결국 그 권력을 잃게 된다는 경고다. 기업이나 정치나 마찬가지다. 명심할 일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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