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일자리 급감…개발사들 전전긍긍

[이투뉴스]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밑돌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캐나다 오일샌드가 높은 생산단가로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캐나다 앨버타주에 있는 오일샌드 근로자들의 아파트는 을씨년스럽다.  3층 짜리 16개동에 거주하던 2000여명의 근로자들이 하나둘 숙소를 떠났고 인근 주차장에는 버려진 차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앨버타주 오일샌드에서 중질원유를 생산하던 자본집약적인 사업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앨버타 주에서만 최근까지 약 3만5000개의 에너지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앨버타 북부의 오일샌드 산업단지와 캐나다 곳곳으로 연결되는 '앨버타 63번 고속도로' 는 분주한 모습이다. 유가 하락 전부터 오일샌드 관련 건설사업은 집요할 정도로 지속돼 왔다.

이 지역의 심각한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많은 에너지 회사들은 생산량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

오일샌드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40년 투자기간을 두고 추진된다. 이 때문에 이미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투자자들은 이 슬럼프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석유생산자협회의 그레그 스트링햄 오일샌드 부회장은 "매우 힘든 시기다. 향후 4~5년간 심한 변동을 보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대형 에너지 회사들의 관심을 모아 지난 15년에 걸쳐 2000억달러 가치의 투자를 이끌어 낸 오일샌드 산업 붐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키스톤 XL 등의 송유관 건설 계획이 환경파괴 논란과 정치적 반대로 가로막혀 있다.

불투명한 전망은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국가와 지역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유 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앨버타주는 조만간 60억 캐나다 달러의 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일샌드 산업의 불황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는 캐나다 정부는 올초 경미한 경기침체에 빠지기도 했다. 

올초 앨버타 주에서는 진보 성향 정부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40년간 집권해온 보수당이 물러났다.

반면 연방 정부에서 키스톤 XL을 옹호하고 오일샌드에 대한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거부해 온 보수당이 10월 재선에선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 여론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캐나다 석유회사들의 경영진들은 이 주의 정치적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새 수상이자 신민주당 대표인 레이첼 노틀리는 앨버타 주에서 오일샌드를 키스톤 XL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는 대신 더 많은 정제사업을 하는게 낫다고 밝혔다.

그는 앨버타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근 행사에서 "에너지 산업을 향해 환경적 영향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 관계자들은 유가가 다시 상승하더라도 환경 보호로 인한 작업 지연은 신규 투자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론자들도 키스톤 XL 등 다양한 송유관 건설 계획에서 속속 승리하고 있다.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 앨버타주는 석유로 부를 축적했다. 2000년대 초에는 오일샌드 개발 상승세로 포트 맥머레이 지역이 붐타운으로 일어섰고 캐나다 전체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토지 개발회사인 디보니언 프로퍼티의 스테판 로스 회장은 "2000년 개발 토지를 처음 구매할 당시 지가는 에이커당 2만7000 캐나다 달러였으나 이후 에이커당 100만 캐나다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지역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오일샌드 회사들은 빠르게 예산을 줄이고 장치 청소 등 서비스 관련 일자리를 줄였다. 아울러 건설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건설 인력들도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이 하나 둘 끝나면서 엔지니어링 회사 등 다양한 공급업체들도 일이 줄었다.

원유가 하락 이후 텍 리소시스사()는 오일샌드 사업 착수를 5년 미룬 2026년으로 재조정했다. 체노버스 에너지사는 장기 개발에 투입할 예산을 상당량 줄였다.

오섬 오일샘드 사는 지난해 셸 사로부터 구매한 사업 확장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인 넥센은 규제에 의해 오일샌드 허용 생산량이 삭감돼 지난 8월 한달간 생산량을 줄였다. 송유관 기름 유출 사고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오일샌드의 역청을 합성 원유로 변환하는 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은 2020년말로 연기됐다.

이러한 사업들과 지난 15년간 착수된 사업장들은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들에 의해 운영됐다. 이 근로자들은 이 곳에서의 작업을 마치고 또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유동 인구들은 일이 끊겼을 때 비고용 노동자가 되고 앨버타가 아닌 실제 거주지에서 실업자가 된다. 이에 따라 나라 전체에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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