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짚에서 연탄으로, 이후 석유·가스가 시장 주도
LPG에서 도시가스, 다시 지역난방으로 선호도 변화

 
   "전기 활용 및 2개 이상 에너지원 융합사용 늘어날 듯"

▲ 연탄은 한때 겨울을 나는 중요한 국민연료였으나, 갈수록 일상에서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투뉴스] 국민들의 난방에너지와 취사용 연료 사용패턴이 조만간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로 쓰이는 생활 및 수송 에너지 유행이 바뀌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 점유기간 역시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아울러 전기에너지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으며, 2개 이상의 에너지원을 혼합 사용하는 융·복합시대로의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보면 취사용은 가스(도시가스와 LPG)가 휩쓸고 있고, 난방에너지는 도시가스와 석유(등유), 지역난방이 분할 점거하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사용량이 가장 많은 도시에너지의 경우 전반적으로는 지역난방과 LNG가 1등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지만, 표시나지 않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전기난방의 상승세도 무섭다.

물론 아직 메인이 아닌 보조난방기 위주로 공급이 늘어나지만, 난방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력예비율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제2의 심야전력이나 전기온돌(패널) 같은 메인난방기가 부각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아직은 경제성을 갖춘 LNG와 지역난방 네트워크가 구축된 도시지역의 경우 상당기간 버티겠지만, 상황에 따라 비싼 석유류를 때는 농촌을 중심으로 전기난방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취사용도 전기인덕션(전기레인지)의 보급이 급속하게 늘면서 가스를 위협하고 있다. 아직 가스가 차지한 왕좌까지는 노릴 형편은 되지 않지만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전기가 취사부문에서 이미 1등으로 올라섰다는 시각도 있다. 다수 국민이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느끼지만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전기포트 등을 감안하면 이미 추월했다는 분석이다.

인간이 수 만년 동안 난방과 요리에 사용하던 나무(장작)와 짚 등 초목류는 요즘 말하는 신재생에너지(바이오메스)에 속한다. 현재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너지는 신재생으로 넘어갈 공산이 다분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1차에너지는 끊임없이 순환하겠지만, 최종에너지는 결국 전기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의 말에도 귀기울여봄직하다. 즉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 또는 연료(1차에너지)는 바뀌지만, 최종에너지는 편의성이 큰 전기가 차지할 것이란 얘기다.

◆도시가스·지역난방 수요 주춤…난방시장 급변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이 최근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아직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오지는 않았지만 수요정체기에 접어든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특히 양쪽모두 단위가구당 수요가 크게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난방 및 취사시장을 장악했던 연탄과 석유, LPG의 몰락이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만 피해가지 말라는는 법은 없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판매량은 동절기 따뜻한 날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날씨 영향과 함께 외부적인 변화요인도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 늘어나는 전기 보조난방기를 비롯해 건축물의 단열 강화, 소비절약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모두 더 이상 뻗어나갈 곳이 없다는 것도 미래수요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도시지역의 경우 도시가스 공급비율이 100%에 근접해지는 등 공급경제성 없는 지역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집단에너지도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줄면서 신규사업지구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 보일러등유 연도별 판매추이.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오지 않은 농어촌의 경우 아직 기름보일러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인구 자연감소와 함께 화목보일러 등이 본격 보급되면서 난방유 판매량 역시 감소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년 만에 등유소비가 절반가까이 줄었다. 보일러등유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면서 도시보다 농촌지역에서 전기난방기 사용비중이 더 치솟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골의 경우 노인들만 있는 가구가 대다수인데 겨울철에 집에서 잠만 자고,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회관에서 보낸다”며 “기름보일러는 다 설치돼 있지만 잠을 잘 때조차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만 틀고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등유판매량이 매년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초 먼 훗날의 얘기로만 들렸으나 최근 들어 피부에 와 닿는다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결국 모든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향후 국내 난방용 에너지 감소추세는 피할 수 없으며,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 다양한 전기온풍기 제품
반면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 하나쯤 없는 집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기난방기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콘센트만 꽂으면 어디서나 빠르게 난방과 취사가 가능하다는 편의성과 함께 정부의 낮은 전기요금 정책으로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수년째 붐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난방기 종류도 기술개발에 따라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전기히터와 전기온풍기, 전기난로, 온수매트, 전기장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여름철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철에는 온풍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냉난방기(EHP)가 등장하면서 전력피크가 수년째 하절기가 아닌 동절기에 발생하는 기현상까지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에너지가격구조의 대대적인 혁신없이는 난방 및 취사용 에너지의 전기化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석유가 절대강자 역할을 하는 수송용 에너지 소비도 곳곳에서 변화조짐이 확연하다. 이 역시 전기자동차가 맹렬한 속도로 석유를 위협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앞으로 20년 이상 휘발유와 경유가 수송연료의 왕좌를 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난방-취사용 에너지 새로운 공급모델 등장
올해 연료전지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함과 동시에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지역난방으로 공급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부산(해운대 집단에너지사업)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고온의 열이 조금 나오는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가 아닌 다량의 저온열이 나오는 PAFC(인산형 연료전지)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연료전지를 이용한 지역난방 공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에는 냉난방은 지열시스템(지열+히트펌프)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급탕만 지역난방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재건축아파트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의 아이디어를 지역난방공사가 수용, 난방용을 제외한 급탕용 열만 공급키로 한 것이다. 4000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재건축아파트에 난방용이 아닌 급탕용 열만 공급하는 사례 역시 최초다.

개포주공4단지의 이같은 결정은 서울시가 일정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보급하도록 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10%(현재는 14%)가 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을 맞추려다보니 지열시스템 용량이 크게 늘어나버린 것이다. 앞으로 신재생 의무비율이 갈수록 올라간다는 측면에서 재건축단지의 에너지공급방식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한 주상복합아파트가 난방은 지역난방으로 하고 취사는 전기인덕션을 설치, 아예 도시가스 배관자체를 설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 난방을 무엇으로 하던 가스레인지를 위한 취사용 도시가스는 모든 공동주택에 다 공급됐었다. 하지만 전기인덕션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아예 도시가스 없이 ‘지역난방+전기취사’를 선택하려는 것이다. 도시가스 시설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덤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에너지 간 시장점유 확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난방과 취사까지 생활에너지 역시 서서히 전기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특정 에너지원의 단독사용이 아닌 ‘신재생에너지+전통에너지’처럼 에너지원 간 융·복합 현상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석유+전기’를 동시에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가 반영됐다.

연탄과 석유곤로에서 석유와 가스로, 다시 지역난방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사례에서 보듯이 생활에너지 변천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적 요인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국민이자 소비자가 결정한다. 편의성과 안전성, 경제성이 판단근거가 될 것이다. 미래에너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전기냉난방기가 대거 보급되면서 전력피크가 여름철에서 겨울철로 이동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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