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맞춤형 사업으로 가스안전공사·지자체 적극적 행보
가스레인지 과열사고 등 고령자·주부 취급부주의 예방효과

▲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이 타이머콕을 설치한 후 기능과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최근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곰국을 끊이던 그녀가 잠깐 외출한 사이 냄비가 과열되면서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월 서울 강서구 한 주택에서 가스레인지로 냄비를 올려놓고 피해자가 잠든 사이 불이 나 집안을 모두 태우고,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제 주변에서 이 같은 깜빡 사고를 듣는 것은 새삼스롭지 않다. 자칫 인명피해나 대규모 재산피해를 가져올 이런 사고가 일어날 뻔 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있을 듯하다. 특히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이런 깜빡 사고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보급되고 있는 안전기기 제품이 바로 가스 타이머콕이다. 타이머콕은 가스로 인한 과열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로,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한 일정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해 주는 안전장치다. 이 제품을 설치하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외출하거나 깜빡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타이머콕은 현재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제품인증을 받은 곳과 성능인증 없이 자체 검증만으로 생산하는 곳 등 모두 13개사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3년 내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제품 인증을 받은 제조사는 세이프퀴슬(대표 장동승), 휴테크(대표 김명호), 라맥스(대표 김상민), 신광기업사(대표 손달식), 타임밸브(대표 김해성), 하이원플러스(대표 박민수), 세이프텍(대표 김인규), 한라정밀(대표 정대용), 인성정밀(대표 홍인표), 코스모테크놀러지(대표 박대일) 등 10개사이다.

◇선제적 안전관리에 중소기업 지원 효과도
타이머콕 보급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선제적 가스안전관리의 일환으로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안전관리 강화 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생산업체인 영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효과도 거두면서 타이머콕 보급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008년 시범보급에 나선 정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그해 1000개 보급을 시작으로 매년 5000개씩을 보급해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보급대수를 6000개로 늘렸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8만8000여 가구에 타이머콕 무료보급이 이뤄졌으며, 올해만 고령자 등 취약계층 약 3만8000여 가구에 타이머콕이 무료 보급될 계획이다.

여기에 타이머콕 보급 필요성을 크게 느낀 지자체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협력체제가 구축돼 위탁사업을 펼치면서 보급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타이머콕 보급사업 MOU체결 현황에 따르면 광역시·도 3곳, 시·군·구 22곳 등 모두 25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1월 대구, 2월 울산 울주군, 3월 전라남도, 4월 서울 강남구, 5월 서울 구로구, 6월 경기 안산시, 9월 안동시 등과 협약을 맺고 타이머콕 보급에 나섰다.

지자체와의 협약을 통한 올 한해 예산은 28억원 규모. 대부분 시·도 단위로 연간 보급물량과 예산지원의 협약을 맺고 있으나 장기계획을 수립해 보급에 나서는 곳도 있다. 전라북도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5년간 8억5000만원을 투입하며 전라남도는 향후 5년간 7억원을 들여 2만여 가구에 타이머콕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과 추미애 의원이 설치된 타이머콕의 기능과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국회 차원의 관심도 뜨겁다. 타이머콕 보급이 지역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가스안전공사가 설치하는 현장에 지역구 의원들이 얼굴을 내밀며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만 해도 새누리당에서 길정우 의원, 전하진 의원, 김상훈 의원, 이채익 의원, 박명재 의원, 이진복 의원, 정두언 의원, 장윤석 의원, 이정현 의원, 김동완 의원이 지역별로 설치현장에서 직접 작업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홍익표 의원, 노영민 의원, 박완주 의원, 이원욱 의원, 오영식 의원, 추미애 의원, 홍영표 의원, 백재현 의원이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과 함께 설치작업과 시설점검을 펼쳤다.

그러나 품질 확충과 미흡한 소비자 인식 개선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제품 평가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타이머콕 보급사업에 참여하려는 사업자에게 사업공고 절차에 따라 제안서를 제출받아 기술평가 과정을 거치며 우수한 제품을 선정토록 했다.
아울러 소비자의 자발적인 시설개선 유도 차원에서 자체 홍보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을 대신해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대국민 홍보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실시해오던 가스안전장치 보급 및 특별 안전점검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타이머콕 제조업체와의 의견수렴은 물론 신문과 방송, 온라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타이머콕을 홍보하고 시민단체 등과 연계한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촘촘한 가스안전망 구축과 영세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서민층 맞춤형 안전지원 사업인 타이머콕 보급사업의 결실이 기대된다. 

[인터뷰] 이두원 가스안전공사 재난관리처장
타이머콕 보급사업 이후 고령자 가스사고 감소
선제적 안전관리로 ‘안전 대한민국’ 구축 일조

▲ 이두원 한국가스안전공사 재난관리처장
“2012년부터 소방법 상의 화재안전기준(NFSC 101) 부칙에 의거 주방에는 자동식 소화장치 설치 의무화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레인지 과열화재 등 고령자에 의한 취급부주의 사고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고령인구 증가세가 한층 가속화됨에 따라 가스취급 부주의에 의한 사고 증가세가 우려되고 있으며, 건망증 등 노인성 기억장애로 과열로 인한 화재사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예방대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타이머콕 보급입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추진하는 타이머콕 보급사업의 실무책임자인 이두원 재난관리처장은 타이머콕 보급사업의 배경을 설명하며 고령자 인구현황 추이와 연도별 고령자 취급부주의 사고현황을 보면 타이머콕 보급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 통계연보에 따르면 고령자 인구는 2000년 338만명에서 2008년 502만명, 2010년 536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가팔라 2020년에는 770만명, 2030년에는 1181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례한 고령자 취급부주의 가스사고 증가 가능성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일이다.

“타이머콕 보급에 따른 소비자 안전확보 효과를 계량한다면 타이머콕 보급사업 이후 고령자 가스사고가 줄었다는 통계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연도별 고령자 취급부주의 사고발생 현황을 보면 2010년 가스사고 134건 중 10건에서 2011년 126건 중 7건, 2012년 125건 중 9건, 2013년 121건 중 7건, 지난해는 120건 중 6건이 발생했죠. 연평균 약 16%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서 타이머콕 제품의 성능에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도 없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성능 인증에 대해 물었다.

“오래 전 타이머콕이라는 제품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제품 성능에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는 없다고 봅니다. 제품 성능인증이 의무화된 것은 아닙니다. 가스용품 검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자가 자율적으로 공인인증 기관으로부터 성능인증을 받는거죠. 제조업체가 제품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입찰 참여 등의 목적으로 공인인증서를 3년마다 신청·갱신하고 있습니다”

타이머콕 소비자 인식에 대해 2008년 시범보급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지자체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연차적으로 확대에 나섰으나 홍보 부족으로 아직 소비자 인식이 미흡하다고 판단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인식 확대 및 취급부주의 사고예방 차원에서 타이머콕의 대 국민홍보를 강화해 여력이 있는 계층의 자체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제조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하자 다양한 제품특성에 따라 제품가격이 상이하고, 영세한 중소기업으로서 보급사업에 과도한 경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개선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고 우수 제품에 대해 적정 가격을 지불하고 다수 업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올해의 경우 제품선정과 관련한 제도개선 차원에서 제품 선정절차의 투명성 강화는 물론 우수한 제품이 현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2단계 제한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지역별로 사업규모에 맞게 우수한 제품을 구입해 보급토록 하는 거죠. 공사 지역본부 및 지사별로 주관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제도가 변경되기 전인 지난해의 경우 본사는 제품구매, 지역본부·지사는 검수를 포함한 설치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본사는 예산을 배정하고, 지역별로 제품을 구매하고 설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 안전, 특히 늘어나는 고령자 가구의 안전 확보를 위해 타이머콕 보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는 이두원 처장은 사고예방을 위한 다양한 선제적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며 실효적인 가스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안전 대한민국’ 구축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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