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비효율 제거 및 거품은 빼지만 추진의지는 살려야
정치적 판단 아닌 정책적 차원의 시스템 구축 필요

▲ 한국석유공사의 이라크 하울러 광구 시추 현장 모습.

▲ 류권홍 교수.
[이투뉴스] 2014년 5월 21일 중국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과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천연가스 매매계약에 서명했다. ‘세기의 천연가스 매매계약’이라 불린 이번 계약을 통해 아시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 및 고립 정책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

이 매매계약은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에 유리해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러시아의 고립을 타개할 수 있는 결정적 고리로 작용할 수 있어 양국 모두에게 유리한  ‘Win-Win 사례’라 할 수 있다.

대기오염 문제의 해결 수단 중 하나로 천연가스를 제시하던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협상력이 가장 약해진 타이밍을 잡아 천연가스 매매계약을 전격 체결한 것이다. 국제 에너지시장의 격변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2008년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가던 서부 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올해 9월 27일 배럴당 45.70달러까지 떨어졌다. 2014년 7월 이후 진행된 국제유가 하락은 2013년 국제에너지기구의 에너지전망(Energy Outlook 2013)에서 예측됐던 저유가 시나리오보다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서부 텍사스 중질유 가격 흐름도.
저유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이뤄진다. 수요·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적 분석, 미국의 비전통자원·사우디와 OPEC의 전통자원 사이의 경쟁으로 보는 구조적 분석, 2014년 초 우크라이나 사태를 발생시킨 러시아에 대한 실질적 제재수단으로 미국과 사우디가 저유가를 활용하고 있다는 국제정치적 분석 등이다.

경제적 분석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생산의 급격한 확대와 2008년 이후 진행된 고유가 현상이 석유·가스 상류부분 투자와 전체적인 원유 공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공급 측 원인이 있다. 또 리먼 사태 여파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경기 하락이 원유 수요를 감소시킨다는 수요 측 원인도 제시된다.

구조적 분석은 석유시장에서의 패권이 미국 내 생산량 감소로 인해 1970년 초반 이후 사우디 중심의 OPEC 국가들로 이전됐다가, 2000년 후반부터 미국 내 비전통자원 생산 증가에 따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견제로 사우디는 저유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비전통자원의 생산원가 이하로 국제유가를 끌어내려 미국산 석유·가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정치적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크림반도 복속은 기존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 미국 중심의 서방은 러시아에 다양한 제재를 시행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미미해지면서 저유가 정책이 새로운 제재수단으로 선택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석유’라는 자원은 고도의 정치적 재화라는 특성을 지닌 탓에 어느 하나의 분석으로 해석될 수 없고 다양한 시각의 분석이 종합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유가를 걱정하기보다 저유가 상황을 우리나라 경제회복에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지 고민해야 한다. 산업별로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다시 돌아올 고유가 시대를 대비해 국가적 산업구조 개편을 이뤄야 한다. 또 어렵게 찾아온 저유가 시기에 에너지와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다해 장래의 고유가에 대비해야 한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 재가동을 통해 에너지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원전은 대부분 가동이 중단됐으나, 올해 8월 11일 규슈전력의 센다이 1호기 원전이 재가동을 시작했다. 또 향후 몇 년 간 7개의 원전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원전가동 중지로 인해 발생한 일본의 무역수지적자는 통계 수집을 시작한 1979년 이후 2013년 기준 최대 적자액인 약 11조5000억엔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 엔대를 초과했다. 그 중요한 원인은 비싼 원료인 천연가스의 수입이었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과 전력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4년 4월 11일 일본 내각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수립됐던 단계적 감축이라는 원자력 정책기조에서 원자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전환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기후변화에의 대응, 에너지 비용 절감, 에너지 수입 비용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자력을 폐기하기보다는 안전성에 중심을 두는 원전유지 정책으로 기조를 변경한 것이다.

▲ 우리나라 에너지소비현황(2012년 기준).
우리의 경우 지난 정권에서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의 문제는 자원개발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시스템과 전문기업이 아닌 특정 개인에 의존하는 개발추진, 해외자원개발 성공 여부의 판단에 대한 객관적 검증 시스템 부족 등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해외자원개발의 성공률이 낮다는 주장은 20년 이상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봐야 하는 자원개발 특성에서 볼 때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전문성과 연구에 따른 개발추진이 아닌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진 투자라는 현실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한 평가다.

자원개발, 특히 석유·가스개발은 2012년부터 2035년까지 상류부분에만 약 1경5000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지구상에서 가장 최대 규모의 산업이다. 2012년 세계 최대의 상류부분 투자회사인 중국의 페트로차이나사는 한 해 투자금액이 약 290억 달러에 이른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1년 석유가스 부분에 투자한 금액이 약 92억 달러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투자규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자원개발 산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장기적 시각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자원개발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며, 성공여부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평가가 가능한 국가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자원개발 금융 활성화도 산업에 대한 이해 못지 않게 중요하다. 자원개발 분야에서의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가 민간투자의 유도를 위한 기본 토대이기 때문이다.

CNK의 다이아몬드광산 개발 관련 주가조작사건 등은 자원개발 분야에서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해 발생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자원개발회사가 공개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민간투자자들이 투자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투자여부 및 투자규모·융자여부의 결정 및 이에 따른 이자율·대출기간 등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공개보고서(Public Report)제도를 도입하고 공개보고서 작성에 대한 능력과 책임이 있는 자원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CNK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자원개발 금융활성화의 필요조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 석탄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과 더불어 ‘더러운 연료’로 인식되어 오던 석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석탄발전에서 유해가스 배출을 저감시키는 청정석탄기술(Clean Coal Technology)의 발달, 석탄발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과 이산화탄소 활용(CCU)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석탄을 새롭게 보는 시각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2011년 1조400억 톤에 이르는 석탄 확인매장량은 53억9000만 톤의 연간 소비량을 기준으로 약 200년 동안 사용가능한 양이다. 확인매장량은 호주 등에서 탐사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해오고 있다.

따라서 석탄을 등한시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연구 검토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 활용하도록 국가 정책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은 가격이라는 경제적 요소뿐만 아니라 국제정치·문화·법률·군사적인 요소들이 모두 통합적으로 반영돼 수립·집행돼야 한다. 특히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는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현실적이고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과거 정권의 에너지 자원 확보정책 실패가 현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해외자원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유가의 일시적 하락에 안주한 나머지 향후 유가상승에 따른 여파의 대비에도 소홀히 하고 있다.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거품을 빼는 것은 옳지만 자원개발에 대한 의지를 꺾고, 그나마 시작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싹을 잘라버리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국가 에너지 안보를 확고히 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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