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감·국조특위에 이은 데자뷰 논란…한계 지적
최경환 부총리 증인 채택 갈등으로 감사 일시 중지도

▲ 변종립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박성하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직무대행,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앞줄 왼쪽부터)이 관계자들과 함께 질의를 듣고 있다.

[이투뉴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2015년도 국정감사가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부실 인수를 뿌리뽑겠다는 국회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8개 기관을 동시에 진행한 날림 국감이라는 비판과 함께 지난해 국감과 국정조사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최경환 부총리의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벌인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감사가 개회되자마자 중지되고 20분 후 재개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1일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공단, 강원랜드 등 8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에너지공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이날 국감은 예상대로 ‘해외자원개발’ 부실 인수와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번 국감에는 지난해부터 표적이 돼 온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날 부실 인수를 초래한 자문사 메릴린치의 김형찬 서울지점장과 안성은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오후 질의 마지막 순서에서는 고정식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안성은 메릴린치 대표, 김형찬 메릴린치 서울 지점장 등을 비롯한 8명의 증인을 불러 광물공사의 볼리비아 꼬로꼬로 동광사업 철수,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를 초래한 메릴린치의 부실 자문에 대해 집중 감사했다.

◆ "야바위꾼", "찌라시 보고서"… 야당 맹공 

▲ 김형찬 메릴린치 서울 지점장(왼쪽)과 안성은 대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2조원의 부실 인수를 부른 메릴린치의 자문은 엉터리 찌라시 보고서”라며 메릴린치의 주 자문사 선정과정에 강한 의혹을 드러냈다.

안성은 대표, 김형찬 지점장을 증인으로 부른 김 의원은 날의 자본잠식 상태, 정제마진 하락, 손상차손, 영업손실기록 등을 언급하며 자문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물었다. 특히 “국민혈세를 탕진한 자문을 하고도 터무니없는 뻥튀기 자문료를 받았다”며 국민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형찬 지점장은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메릴린치는 하베스트 자문에 최선을 다했으며 자본잠식과 영업손실 등을 알지 못했다. 부실인수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자문료 산정은 시장 관행에 따른 적절한 처사”라고 말해 야당의 공분을 샀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를 향해 “야바위꾼”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 “자원개발, 사실상 실패했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원개발 실패로 인해 조단위의 혈세가 낭비됐는데 1조는 25평 아파트 기준 3300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에게 “자원개발은 사실상 실패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석유공사는 비축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서문규 사장은 “자원개발은 사실상 실패다”라는 말로 논란을 인정하며 “국민들께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박성하 광물자원공사 사장직무대행 역시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실력이 아닌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해 자원개발 실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해외자원개발은 지난 정권의 정치적 논리에 따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에 실적쌓기에 급급해 투자한 결과”라며 “공기업 책임자들은 이사회에서 논의·결정한다고 하지만 그러한 절차와 규정을 제대로 따랐다면 투자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하베스트 역시 하류부분까지 인수하는 것은 사업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있음에도 4조가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한 결과 2조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이 투자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석유공사는 해외자회사들에 대한 관리와 다나사 인수 등이 하베스트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자율성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금융부문의 절차적 프로세스만 안정된다면 성공과 실패를 구분지을 수 없다는 것. 그는 “게임에서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며 “단 혈세낭비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역량부족, 자원개발 실패 불러”

▲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볼리비아 꼬로꼬로 동광사업 철수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고정식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21% 수익이 발생한 성공 사례였던 해당 사업을 돌연 접게된 이유와 철수과정에서 직원들의 세금 유용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집중 추궁받았다.

이에 고 전 사장은 “볼리비아 사업 철수는 오래 전부터 논의돼 온 것으로 양국간 관계를 생각해 공표시기를 고민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정부 시절 제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대형화를 통해 세계적인 전문기업으로 키우고자 했다”며 “단지 그에 합당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점이 오늘날의 자원개발 실패를 초래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공사의 역량이 부족해 사업실패를 초래했으나 자원산업은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모든 질책에 동의하고 철저히 반성했으니 긴 안목으로 일할 수 있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역시 “성공하면 애국자, 실패하면 매국노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하는 분위기에서 누가 사업을 할 수 있겠나”라고 전했다. 그는 호주 스프링베일 사업, 필리핀 라푸라푸 동광사업, 파나마 꼬브레 대형 구리광산사업을 언급하며 무조건적인 비난과 지적에 유감을 표했다.

이날 국감은 초반에 있었던 최경환 부총리 증인 채택 신경전을 제외하면 큰 무리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해 국감의 재연이 될 것이란 우려를 극복하지 못한 점, 지역난방공사, 에너지공단에 대한 감사는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은 아쉽다는 평가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