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움직임, 루머, 데이터 수정발표 등 요인 다양
반짝 상승 이후 中 제조업 위축, 공급량 과잉으로 하락세

[이투뉴스] 지난 2주간 원유 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시장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시장이 사소한 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불안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한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국제유가는 지난 8월말 3일간 30% 가량 치솟더니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가는 이 기간에 27%나 뛰어올라 수년만에 가장 큰 반등폭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의 정확한 배경을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업계는 석유 거래자들의 투기성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여러 루머와 뉴스, 데이터 수정 발표 등이 가격 반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유가 안정화를 목적으로 대화를 갖기로 한데 이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식에서 만나 유가 안정화를 위한 회담을 가졌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OPEC에 긴급 회담을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유가 상승을 위해 생산량을 감축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유가 상승을 바라고 있지만, 판매량이 하락할 경우 가격 상승에서 얻은 이익이 상쇄된다.

아울러 루블화 가치 하락은 저유가의 완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루블화 약세 덕분에 2분기동안 전년대비 순익이 29% 상승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러시아는 유가 회복을 원하지만 베네수엘라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임으로써 OPEC의 생산량 감축의 가능성을 높이기엔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회담을 갖기로 발표한 지난달 31일 유가는 8% 이상 뛰었다.

이런 가운데 OPEC의 새로운 발표문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OPEC의 기관지인 OPEC 불레틴에 실린 '협력은 석유 미래의 열쇠'라는 제목의 글은 원유수요 상승에 대한 평범한 분석을 담았다.

그 중 이목을 끈 대목은 있다.  "협력은 석유 미래의 열쇠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의 대화는 전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는 해결책은 없지만 석유 산업의 문제를 함께 대처할 의지가 있다면 미래에 대한 전망은 지난 9개월간 우리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밝을 것"이란 내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원유 생산량 감축을 놓고 OPEC이 비회원국들과의 협상할 의지가 있으며, 향후 생산량 감축 징후가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회담은 이러한 추측에 불을 지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말 유가 상승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데이타 수정발표다. EIA는 미국 원유 생산량에 대해 앞서 발표했던 것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를 발표했다.

EIA는 최근 추정치에 근거한 단순 추산보다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새 설문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5월 사이 미국은 종전 발표보다 실제로 4만~13만 배럴을 덜 생산했다. 6월 원유 생산량은 한달 전보다 하루 10만 배럴 정도 하락한 하루 930만 배럴을 기록했다.

텍사스에서는 올 상반기 앞서 보고된 것보다 10만~15만 배럴 더 적게 원유를 생산했다.

매주 수요일에 발표되는 주간 데이터는 정확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 발표결과에 따라 유가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주간 데이터에서 EIA는 미국 원유 생산량이 7월 중순까지 하루 950만 배럴 이상이라고 밝혔다. 8월 중순 한 주는 하루 933만 배럴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즉 지난 몇 개월간 석유 시장은 미국이 실제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이 생산된 것으로 믿었던 셈이다. 실제 원유 생산량은 4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EIA가 지난달말 최신 수정안을 발표한 이후 유가는 상승했다.

캐나다에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겨 유가 상승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의 한 원유 정유 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시설을 잠정적으로 닫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또 캐나다 석유 생산사이자 중국 CNOOC의 자회사인 넥센 에너지는 최근 조사관에 의해 문제가 발견된 이후 95개 송유관을 폐쇄해야 했다. 캐나다의 기준가는 일련의 뉴스 이후 상승했다.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8월말 갑작스런 유가 반등은 지나친 유가 시장 변동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장 정보의 오독과 금융 매체의 기사 헤드라인이 3일만의 27% 상승을 이끌었다"며 "유가 등락은 시장의 기본적인 상황과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며칠 반짝했던 유가 상승은 2일 런던에서 2% 하락한 배럴당 48.52달러로 거래되면서 하향세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는 중국 제조 약화 발표 이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경제 2위국, 석유 소비 2위국인 만큼 중국의 제조 산업 뉴스는 유가 흐름의 지표가 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비축유가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공급량 과잉이 지속돼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IA는 지지난 주 비축유가 550만 배럴 하락했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 주 470만 배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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