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흔히 ‘아까시아’라고 잘못 불리던 아까시나무가 새로운 환경정화식물로 주목받고 있다.
오랜동안 한국인 꿀맛의 대표적 공급원인 ‘아까시아 꿀’의 원조인 셈이다.

아까시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록은 정확하지 않으나 구한말이나 1890년경 일본인에 의해 인천 등지로 귀화된 기록이 있다.

1960년대 벌거벗은 전국 산야에 사방조림과 부족했던 연료림의 조림수종으로 심어져 각광을 받았으나 10여년 뒤부터 묘지 옆 등에서 왕성한 생육을 보인 탓에 뿌리까지 파헤쳐지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 시절도 있었다. 오죽하면 아까시나무를 박멸하기 위해 ‘근사미’라는 농약까지 등장했을까. 당시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그나마 봄에 달리는 꿀이 충만한 아까시나무 꽃을 따먹던 아련하고 배고팠던 추억을 가진 이들도 있을 법 하다.

원래 아까시나무가 살던 곳은 북아메리카로 뿌리에 질소고정 능력이 탁월해, 당시 벌거벗은 우리 산야에 꼭 심어져야 했던 선구 수종이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후 일부 벌꿀채취 식물로 남겨진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베어져 버린 몹쓸 나무로 전락한지 꽤나 오래된 것 같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은 아까시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며, 얼마 전 포천시 광릉수목원 내 100살이 넘은 아까시나무 133주가 분포한다고 해 세간의 관심을 끈 사례가 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참나무류의 일종인 상수리나무(도토리나무) 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더 높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결과에 따른다면 그간 홀대 당했던 아까시나무를 더 많이 심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헌데 광릉숲에서 확인된 아까시나무는 연구용으로 1914년에 심겨졌던 것이라 하니, 한 세기 이상 이 나라에 귀화해 살았던 나무에 대한 연구가 이제와 주목받는 세태도 그냥 넘기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그간 우리나라에 귀화되어 온 식물은 약 320여종이 넘고, 동물들도 그 종과 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구 유입되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생태계교란생물’이라는 법적 용어가 등장하며 고유한 우리 산야의 생태계를 지키고자 하는 행태도 보인다.

귀화하는 동식물의 유입 경로는 다양해 원천방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필요에 의해 도입된 외래종도 상당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한강 밤섬과 한강권, 낙동강권, 금강권, 영산강권, 섬진강권의 생태계를 혼란에 뒤엎은 가시박은 1980년대 안동지방에서 오이 대목(접붙일 때 사용)으로 들여온 것이었고, 전국 하천 및 호수에 서식하는 파랑볼우럭은 1969년, 큰입배스는 1973년 담수어자원 조성을 목적으로 도입 되었고, 뉴트리아는 1985년 모피 생산을 목적으로, 황소개구리는 1971년 식용 목적으로 각각 도입된 귀화종들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귀화종들임에는 틀림없으나 합법적 절차에 따라 도입된 종들로 사전에 많은 연구 검토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무차별적으로 온전한 생태계를 교란하는 종들로 둔갑해 그 방제와 관리에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는 있으나 그 근절책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그래서 한번 훼손된 생태계는 쉽사리 복원되기 어렵다는 본보기로 보인다.

목적은 긍정적이나 결과는 너무도 감당하기 어려운 전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입과정에서부터 신중한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사전사후 모니터링이 전제돼야 하고, 수많은 환경영향인자에 대한 연구가 병행돼야 함에도 사후 약방문격으로 임시 방제 대책을 수립하는 분야별 관련 국립연구소의 기능도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더구나 위험한 것은 행정가의 안목으로 무조건 도입하고, 사후 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모순은 엄격히 배제돼야 한다. 어느 나라를 방문해 보니 무엇이 좋더라? 그 한마디에 대책없이 도입하는 그런식의 행정을 말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현 행정정책의 난맥상을 꾸짖는 부처 이기주의를 논하지만 너무도 근시안적 대응에 행정의 불합리성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아까시나무가 이 땅에 정착한지 1세기가 지났지만 이제와 전 지구적 과제인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다고 발표되는 아이러니가 곧 우리가 심각하게 깨달아야 할 교훈인 셈이다.

첨언한다면 그렇게 오래된 아까시나무가 광릉숲에 만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에 수 백주의 아까시나무 거목(巨木)과 동두천, 파주 등 미군 공여지에도 수백 그루의 아까시나무 거목이 분포하고 있다. 관련 과학원은 폭넓은 안목으로 국내 분포역에 대한 정보 얻기에 노력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그 공여지에 곧 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혹여 몹쓸 아까시나무라고 모조리 잘라 버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 무척 조바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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