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식 바탕 사회적합의 통해 수용성 증진
환경문제 조기교육이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기여

지역 전력회사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전력을 생산·공급하고 있는 독일 쉬나우 마을 전경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쉬나우 마을 탐방

[이투뉴스] 작년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감축 우려는 불식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발전 설비 설치가 증가하고 있고, 포스트 2020과 신 기후체제의 영향으로 각국이 신재생에너지를 우선 확대하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향후 세계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태양광 및 바이오매스가 일부 늘었으나, 이외에 육·해상풍력이나 조력 등 발전 잠재량이 큰 에너지는 보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풍력 및 조력을 반대하는 이유는 겉으로는 환경 및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 큰 문제로 보이나, 이면에는 사회·지역적 주민수용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각 원별 전문가에 따르면 입지 및 인허가 규제는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나마 있지만, 지역주민 반대 등 주민수용성 문제는 좀처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재생에너지시장은 기술, 금융, 제도, 수용성 등 네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네 가지 문제가 상호작용하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성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R&D지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신재생에너지연료혼합의무제도(RFS), 신재생열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HO) 등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 보급 투자를 위한 금융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용성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다른 문제가 해결돼 조건이 갖춰져도 수용성 문제가 재생에너지사업 성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 역사가 오래된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기술적 측면과 함께 재생에너지 수용성 제고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독일은 시민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접한 환경교육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라인강 산도즈 화학공장 유출사건 등은 시민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인식 및 심각성을 각인시켜 주었다. 현재 독일이 보유한 우수한 환경교육 콘텐츠 및 프로그램 등은 이같은 인식 및 경험들이 바탕이 됐다.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온실가스 등 다양한 이슈들을 환경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모두 담을 수는 없다. 독일도 학생과 아동들에게 이 같이 높은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거름을 만들며 자연을 피부로 느껴가며 자연스레 알아간다는게 맞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해가 길면 전력이 소요되는 조명을 덜 이용하고, 수영을 하거나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얼음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로 갈증을 해결하는 자세는 어린 시기부터 체득된 습관이다. 습관은 어른이 돼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 어린이들이 온실가스 저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에코스테이션 탄소중립교육
독일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습관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이 프라이부르크 보봉 마을이다. 지난 7월말 방문한 보봉마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트램이라 불리는 노면전차이지만, 길을 지나가다보면 건물 베란다마다 들어선 작은 숲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달리 베란다가 툇마루처럼 툭 튀어나와 있고 벽이 없기 때문에 도시에서도 최소한의 자연 생태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

보봉마을 주민들은 베란다에서 텃밭을 일구고 작물을 수확한다. 무엇보다 베란다만 보아도 주민들 간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옆으로 베란다가 연결돼 있는 형태도 있고, 위 아래로 계단을 공유하는 베란다도 있어 이웃 간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조성된 긴밀한 관계의 공동체는 자원순환 마을, 차 없는 마을, 태양광주택, 에너지효율주택 등 에너지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추진하는데 강한 원동력이 된다.

독일 남부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해 태양광 발전설비를 많이 볼 수 있다. 독특한 점은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설비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남향이 아니거나 발전량이 적더라도 태양광을 집의 일부 설비로 인식하며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풍력자원은 많지 않기 때문에 풍력발전기는 드물었다. 대형 풍력발전기는 베를린, 함부르크 등 북부지역에 많이 설치돼있다.

남부 흑림 지역에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쇠나우 마을이 있다. 쇠나우 마을은 주민들이 대형 전력사와 경쟁해 전기 공급권을 획득한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쇠나우 전력사가 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설비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구입해 독일 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쇠나우 마을에서 주민수용성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이 합당한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결론이 모여질 경우,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이다. 1996년에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당시 쇠나우 전력망 인수에 대한 주민들의 찬성 비율은 52.4%에 불과했다.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치이지만 찬성이 더 많았기 때문에 주민 모두가 그 결정을 수용했다.

최근 독일 내 설문조사를 보면 에너지전환에 대해 독일 국민들의 지지율은 69%로 생각보다 높지 않다. 독일 국민 모두 재생에너지를 옹호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독일도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보 및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도 환경이나 생태계와 연계된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데, 일부 사람들이 재생에너지는 완전 무결점 에너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재생에너지 설치할 때 생태계를 일부 훼손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일 환경운동단체인 번드(BUND)의 기후변화팀장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은 찬성하나 이를 통한 생태계 훼손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팀장은 지역마다 특성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일방적인 입장은 피해야하고 서로 이해가 충돌하고 부딪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법과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된 부분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독일에코연구소 에너지기후변화팀장도 환경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타협점을 끌어내야 함을 강조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이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정치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다.

▲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마을 내 공동주택의 베란다 모습

우리나라는 여러 조사에서 토대로 볼 때,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부딪치는 지역 수용성이 낮아 괴리가 크다.
 
독일은 환경교육에서 비롯된 습관들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 또 찬성과 반대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이나 의견조율이 있다는 점, 그리고 결과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또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가 각 이해집단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각 집단간 정보 비대칭이 심하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과정에서 정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고, 불공정한 과정이나 지역이기주의, 떼법 등 각 이해집단이 서로를 믿을 수 없고, 결론까지 이르는 과정 및 결정, 주어진 정보 등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환경이 사회적 합의보다는 개인의 찬반에 무게를 두는 풍토를 조성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는 정부와 시민, 역사, 지역갈등, 빈부격차 등 오랫동안 적체돼온 사회적 갈등과 무관치 않다. 이같은 갈등이 긴밀한 관계 조성을 방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인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끝없는 불신을 낳고 있는 것. 이 매듭을 풀어가기 위해 실마리를 찾기 위한 시도는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돼야 할 것이다.

▲ 다수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건물 전경

윤성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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