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산하 기구가 전폭 지원하는 에너지부문 교육콘텐츠 보유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국내제도 수출로 우리기업 진출 지원

▲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에너지부문 정책실무자들이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내 회전기기센터에 있는 전동모터 효율성능시험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투뉴스] "한국의 에너지효율제도가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에너지관리공단(이사장 변종립)과 UNIDO(유엔산업개발기구)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의 에너지부문 정책실무자를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라벨링제도 역량강화 초청연수’를 가졌다.

기후변화협약대응 차원에서 UNIDO의 지원을 받아 추진된 이번 초청연수는 공단의 글로벌 에너지교육 콘텐츠가 국제적 수준에서 인정을 받은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공단은 2011년 아시아 저개발국 기후변화교육을 시작으로 그간 월드뱅크, 국제구리협회(ICA), 미주투자공사(IIC), 유네스코 등 다수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해 에너지 분야의 기술, 정책, 제도, 효율분야, 기후변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도국에 전수해왔다.

또 개도국이나 몽골, 중국을 대상으로 정부와 협력교육을 진행했고, 현대중공업의 쿠웨이트 법인인 HGI나 도하엔지니어링 등 국내 수출기업의 요청에 따라 별도 교육도 병행해왔다. 이를 통해 2011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19번의 글로벌에너지교육과정이 개설됐고 36개국, 469명의 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의 에너지 분야 전문가 및 정책실무자들이 한국의 에너지효율제도를 비롯한 각종 기술 및 정책을 배워갔다.

특히 이번 초청연수는 정부나 기업의 일부 지원이 필요했던 지난 교육과 달리 UN산하 국제기구인 UNIDO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한국의 우수한 에너지 효율 제도를 아프리카 개도국 정책 실무자들에게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본부가 있는 UNIDO는 160여 개국이 가입한 국제기구로 개발도상국이나 체제를 전환하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산업개발을 위한 전략 및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기관으로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책, 효율, 절약, 진단,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부문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공단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공동 진행했다. UNIDO는 이번 연수에 직원 두 명을 직접 파견하고 교육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참관토록 했다.

이 같은 글로벌에너지교육은 우리나라와 개도국 간 협력을 이끄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어, 오는 29일 한국에너지공단으로 사명을 변경해 ‘글로벌 에너지 종합전문기관’으로 도약을 꿈꾸는 공단의 비전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에너지·자원빈곤국가인 우리나라의 국내 에너지 효율 제고의 일익을 담당했고, 앞으로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발전과 기후변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개도국을 지원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협력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 에티오피아 에너지청 담당자가 자국에 적용할 에너지효율등급제도의 이행계획 구상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수 첫날 에티오피아 에너지청 및 국제표준원, 탄자니아 에너지자원부 및 국가 표준국 관리자 13명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한국의 에너지효율라벨링제도를 비롯해 국내외 에너지효율제도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에너지효율라벨링제도는 1992년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도입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많고 보급률이 높은 제품을 대상으로 1~5등급으로 스티커 라벨을 부착하는 제도이다. 가전·조명·자동차·타이어 등 37개 품목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다른 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존재한다.

다만 이번 교육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및 에너지비용까지 표시하는 고도로 발달된 우리의 라벨링 제도를 적용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고려해 국내 라벨링 제도의 초기모델을 중심으로 강연이 이뤄졌다. 실제 자신들의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소개해달라는 참가자들의 요청이 그대로 내용에 반영됐다.

강연 이외에도 참가자들은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에서 냉장고와 에어컨의 성능시험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에서는 전기모터의 성능시험을 직접 참관하고, 국가 별로 에너지효율등급제도의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지가 지난 15일 동행 취재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견학에서 참가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긴팔 셔츠와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에너지효율에 대한 지대한 관심만큼은 우리와 전혀 온도차를 보이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KTC 회전기기센터 시험연구시설에서 진행된 전동모터의 효율성능 시험에서 전동모터에 부착된 에너지소비효율등급라벨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또 전동모터의 효율성능 시험에 대한 이론 강의에서도 자신들의 나라에는 부족한 성능시험 설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들을 쏟아내며 함께 온 동료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회전기기센터 이외에도 전자파무반사실 등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인 KTC의 우수한 시험환경 및 장비에 많은 눈길을 보냈다.

제도 도입을 위한 이행계획 수립 발표 시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양국 관계자들은 제도 도입 자체가 전례가 없는 만큼 공단이나 UNIDO에 자금 및 기술을 비롯해 특히 시험 설비 등 전방위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탄자니아의 경우 제도 도입을 위한 단기 계획으로 자국 내 도시별로 조명, 냉방기기, 냉장고 등 효율제품 수요를 조사한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또 내달에는 공단과 워크숍을, 11월께는 라벨링 디자인 등 필요한 정보를 전수받는 등 협력을 요청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에 대한 의식개선을 도모하고, 제도를 적용할 제품을 선별하며, 발전된 기준 및 라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파울 모리스 키웰 에너지자원부 선임 기후 담당관은 “수립한 이행계획은 탄자니아의 에너지효율라벨링 제도 도입 시 적극 활용하겠다”며 “공단의 폭넓은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도 라벨디자인을 위한 워크숍 등 비슷한 수준에서 협력을 요청했다. 중장기적으로 자국 내 기후변화와 산업정책에 부합하는 제도 마련을 목표로 한다고 발언했다. 타켈레 메콘넨 에너지청 국장은 “이번 이행계획 수립에서 에너지사용기자재 에너지효율등급 및 시험관련 인증기준 고시의 초안을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공단은 에디오피아나 탄자니아와 같은 개도국의 에너지효율 제고를 지원하는 동시에, 추후 우리의 에너지효율 라벨링제도가 이들 나라에 도입될 경우, 같은 기준을 적용해 제품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이 용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시장에 관심이 많은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경쟁자로서 한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희 교육실장은 “아프리카는 유럽의 6배가 넘는 면적에 약 10억명으로 인구가 사는 곳으로 이중 절반 이상은 30세 이하의 청년층으로 구성돼 무한한 경제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하반기에는 한국과 아세안 FTA 경제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물 에너지효율성 증진을 위한 협력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에너지효율 워크숍을 추진키로 했다.
▲ 에관공·unido 에너지효율라벨링제도 역량강화 초청연수에 참석한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정책실무자, unido 및 공단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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