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는 올 겨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제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앞두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방안 4가지를 내놨다. 아무 대책이 없을 경우를 가정한 배출전망치(BAU) 연간 8억5060만톤에서 15%, 19%, 25%, 31% 중 하나를 최종안으로 6월말까지 확정해 유엔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오는 9월말까지 각국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INDC)을 제출받은 후 12월 파리 총회에서 행동규약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09년 코펜하겐 총회에서 2020년까지 BAU 대비 30%(절대량으로 5억4300만톤) 아래로 묶겠다고 선언해 국제사회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그러나 불과 5년 남짓 사이에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크게 후퇴하는 셈이다.

설사 우리가 2030년까지 BAU 대비 31% 감축안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절대량(5억8500만톤)으로 따질 때 2005년 배출치(5억9400만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솔직히 말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의지가 없으면서도 감축계획이라고 포장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경제규모 14위이면서 온실가스 배출 순위가 7위인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처럼 책임없는 행동을 한다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사라질 것이 뻔하며 자칫 잘못하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수도 있다.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강력히 추진해온 전임 정부의 국제적 약속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손바닥 뒤엎듯한 온실가스 정책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둘러싸고 그동안 산업계는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줄기차게 로비를 벌이는 등 노력해온 게 사실이다. 물론 산업계로서도 가능한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산업계는 툭하면 선진국들도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앞장 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큰 틀에서 합의했으며 유럽연합(EU)은 배출절대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비교적 소극적인 미국도 2025년까지 2005년 배출량에서 26%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국격의 하락을 자초할 뿐이다. 더 나아가서는 선진국들의 경우 이번 파리 총회에서 새로운 기후체제가 깨질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선진국들끼리 기후클럽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감축에 소극적인 나라의 상품에 대해 국경세를 물릴 것이라는 보도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등장한다면 수출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기 조차 싫은 일이다. 보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온실가스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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