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州 잭슨빌市 JEA 북부 발전소를 가다
지속적인 성능 최적화로 韓 원전수준 발전단가 실현

▲ 존 강(john kang) 前 jea 발전소장겸 cto가 잭슨빌시 jea 북부발전소내 cfbc 보일러를 가리키고 있다.

[이투뉴스] “만족은 없었다. ‘지속적인 성능개선(Continuous performance improvement)’을 통해 다음 목표로, 또 그 다음 목표로 끊임없이 최적화를 추구했을 뿐.” (존 강 前 JEA 발전소장겸 CTO(최고기술책임자))

전력시장 자유화에 따른 치열한 가격경쟁과 환경규제 강화란 이중고(二重苦)를 딛고 ‘최고의 발전소(Top plant, 2012 Power誌 선정)'로 거듭난 한 화력발전소의 성공비결은 단순하고도 명징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시(市) 세인트존 강(江) 하류 인근 JEA 북부 발전소(Northside Generating station).

자연늪과 수목이 잘 보전된 길을 지나 정문에 다다르자 높다란 연돌(굴뚝)과 발전소를 배경으로 이륙직전 제트엔진음과 유사한 발전설비 특유의 가동음이 들려왔다. 청명한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선 연돌은 한 가닥의 배기가스도 내뿜지 않았고, 연료 하역부두-연료보관돔-사일로-석탄재처리장으로 이어진 컨베이어벨트는 총연장 8km에 달하는 위용을 자랑했다.

주정부 소유인 JEA사(社)가 운영중인 이 발전소는 2002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설비용량 297MW×2기)로 건립된 순환유동층(CFBC) 발전소다. 현재 석유정제 부산물인 펫콕(Petro-Cokes)과 유연탄을 6대 4 비율로 섞어 사용하고 있다. CFBC 보일러의 장점을 활용해 다년간 우드칩 등의 바이오매스를 때기도 했다.

▲ 발전소 주조정실 내부. 3명의 운전원이 2기의 cfbc와 650mw 가스터빈을 모두 관제하고 있다.
 
이날 JEA사는 보안시설로 분류되는 발전소 내·외부를 본지에 전면 공개했다. 모든 설비에 대한 접근은 물론 사진촬영까지 허용했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설비투어 내내 론 베벌리 운영총괄 전문역(C.F.B. Opertations Specialist)등을 붙여 상세한 기술설명을 지원하기도 했다.

해외 언론사에 대한 이들의 이례적 예우는 2년전 이 발전소를 명예퇴직한 한인 출신 강 전 소장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직원들은 예고 없이 각 사무실을 출입하는 그를 버선발로 환대했다. 그는 상업운전 이후 6년간 잦은 고장정지로 존폐기로에 섰던 발전소를 2년여만에 정상궤도로 올려놓은 리더로 기억되고 있다.

발전소 사무동 2층에 자리잡은 주조정실로 자리를 옮겨 발전기 가동상황을 지켜봤다. 운전원 단 3명이 20여대의 관제 모니터를 통해 CFBC 1, 2호기(각 297MW)와 530MW급 가스터빈 모두를 통제했다. 이중 CFBC 2호기는 가동정지를 겸한 일상정비를 받고 있다.

설계용량 550MW로 건설된 CFBC 2기는 평시 최대 630MW까지 출력을 높여 고효율·저원가 전력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전력판매 단가는 kWh당 한화 35원 안팎으로 한국의 원전 발전단가 수준이다. 운영 최적화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CFBC로 세계적 ‘Top plant’의 영예를 거머쥔 배경이다.

다면 이 발전소는 현재 미국내 가스가격 하락으로 가스발전 단가가 크게 떨어지자 석탄(펫콕)과의 원가를 비교하면서 유연하게 발전비중을 조정중이다.

주조정실 바로 뒷방에 마련된 서너평 공간으로 들어서자 이번엔 CFBC 주조정기와 같은 관제 시뮬레이터 모니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운전원들은 이 공간에서 서버에 저장된 운영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운전상황과 90%이상 같은 조건으로 수시 모의운전과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발전소 주기기 하부에 자리잡은 별관 연구동에서도 '사람을 키우는' 이 발전소만의 인력양성 문화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JEA사는 펌프전문가, 진동전문가, 연료전문가 등의 특수직책을 부여한 직원들에게 개별룸을 배정, 독립적인 연구·분석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

▲ 론 베벌리 jea c.f.b 전문역 등이 발전소를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렇게 키워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역량은 발전소 운영최적화와 효율개선을 위해 재투입된다. 예기치 않은 설비트러블 발생 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팀을 꾸려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세스도 강 전 소장이 재임시절 정착시킨 이 발전소만의 수평적 조직문화다. 상급자의 판단과 지시를 이의없이 따르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수직적 문화와 대별된다.

강 전 소장은 “특별한 직(職)을 주고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되, 실수하더라도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전문가를 키울 수 있다. 세번 실수하고 네번째 성공하면 그게 진정한 성공"이라며 "문제해결은 각 전문가들의 발언권이 보장될 때 이뤄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JEA 북부 발전소 CFB설비 곳곳에는 설비최적화를 향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땀방울이 오롯이 맺혀있다. 황산화물(SOx) 저감설비인 SDA는 국내 방식과 비교해 운영단가는 낮고 오염물질 저감능력은 같다. 미세먼지 저감설비인 백하우스 역시 최적운영을 통해 기존 4년이던 필터수명을 6~7년으로 늘렸다. 이런 방식으로 절감된 운영경비는 발전원가를 낮추는데 한몫하고 있다.

지상 172피트(약 52m) 높이 보일러 최상부로 이동해 바닥이 내려다보이는 계단을 따라 발전정지중인 CFBC 2호기의 보일러 내부까지 들여다 보기로 했다. 2호기는 2009년 전후로 이뤄진 최적화 이후 최근 6~7년간 전면적인 정비·보수가 없었던터라 상당한 수준의 클링커(회분 융점 이상의 온도에서 녹았다가 냉각 시 재고체화돼 달라붙은 연소 찌꺼기) 융착이 예상됐다.

▲ 정비구로 살펴본 슈퍼히터 내부 배관. 6~7년간 정비하지 않았으나 클링커와 애쉬(석탄재) 고착이 없다.

앞서 이 발전소가 2002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6년간 수개월마다 고장정지를 반복한 이유도 보일러 내부 증기튜브나 싸이클론 배관 등에 암석처럼 달라붙어 열전달을 급격히 떨어뜨린 클링커 탓이었다. 1년에 두번씩 대규모 인력과 펌프카 등을 총동원해 이 골칫덩어리를 제거하는 일이 최대 과업이었다.   

하지만 이날 거대 수직동굴 같은 CFBC 보일러 내부로 직접 들어가 확인한 증기배관 외벽은 방금 청소를 끝낸 것처럼 매끄러운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좁은 정비구로 상체를 간신히 들이민 뒤 조명을 밝혀 확인한 싸이클론과 슈퍼히터 내부 역시 6~7년간 정비가 없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울만큼 깨끗했다. 

발전소 혈관에 해당하는 각 배관이 이처럼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다보니 효율상승과 연료비 절감은 자연스런 결과다. 이 발전소의 경우 각 공정에 대한 최적화와 함께 바이오매스와 펫콕 연소로 발생한 클링커 제거를 위해 특수광물을 연료에 혼합하는 처방으로 큰 효과를 봤다는 후문이다.

유동화가 이뤄지는 보일러 내부

현재 국내 다수 CFBC 발전소들은 과거 JEA와 같은 클링커 문제로 보일러 효율이 저하돼 속앓이를 하고 있으나 조직 내부 문제를 쉬쉬하는 문화와 비전문가에 의한 일회성 처방, 현상유지에 연연하는 전문경영인들의 인식부족 등에 발목이 잡혀 근본적인 해소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 전 소장은 "CFBC 설비 트러블의 90%는 클링커나 애쉬(재)에서 발생하므로 이들 물질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JEA CFBC는 지속적인 최적화 과정을 거쳐 정비량을 과거의 20% 수준으로 줄였고, 이를 통해 250여명이던 기존 운영인력을 180여명으로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석탄화력은 온실가스 감축 및 환경규제 본격화로 코너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경쟁전원으로 부상한 가스발전이 값싼 셰일가스를 등에 업고 시시각각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성장판이 닫혀가는 전력시장에서 향후 전원 및 발전기간 경쟁 심화는 명약관화해 보인다.  

강 전 소장은 "깊이있는 전문성 및 인재양성과 끊임없는 성능 최적화, 그런 것들을 기업의 문화로 내재화하려는 각고의 노력만이 생존의 비결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플로리다 잭슨빌 =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sda, 백필터 등 환경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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