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팍 투자 취소 통보…예정처는 '단계적 시행' 권고
국책사업, 속도 조절론 무색…석유公 "차질없이 추진"

[이투뉴스]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속도를 내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일허브 사업에 외국계 최대주주로 참여한 세계1위의 탱크터미널 운영업체인 보팍이 투자 취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보팍은 지난 1월 오일허브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석유공사에 유가급락 등 시장환경을 살핀다면 저장시장을 구축해도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 추진 속도 조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팍은 이후 투자 취소 결정을 통보하고, 소유하고 있던 코리아오일터미널(KOT)의 지분 매수를 요청했다. 

코리아오일터미널은 2017년까지 6222억원을 투입해 울산북항에 990만배럴 규모의 상업용 석유저장 터미널을 건설하고 이후 운영을 전담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지분구성은 석유공사 51%, 보팍 38%, 에쓰오일 11%로 출발했다.

보팍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31개국에 85개 터미널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상업용 탱크터미널 서비스 업체다. 오일허브 사업에는 2013년 석유공사와 울산 북항사업을 공동수행하기로 합의서를 체결하며 참여에 나섰다.

이같은 보팍의 사업 철회는 오일허브 사업 진행에 중대한 차질을 부를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는 이에도 추가로 주주를 영입하려고 노력중이다. 지난해 12월 삼성토탈이 90억원을 투자(지분 5%)하기로 하고, 1월에는 중국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과 투자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으며, 3월에는 대우인터내셔널과도 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가가 반토막 난 가운데 셰일개발 등으로 향후 몇년 간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저장시설을 구축해도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때문에 투자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업체들이 실제 투자에 나설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오일허브 사업은 장기적인 시선에서 바라봐야 하며, 유가는 계속 변하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 국회 예산정책처 "사업규모, 건설시기 재검토" 권고
한편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도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대해 사업규모와 건설시기를 재검토 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며 속도 조절을 권고했다. 예정처는 '공기업 사업영역 확장 평가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사업규모를 재검증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초기 사업 계획설립 당시와 변화된 현재의 환경을 반영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예정처는 여수 사업의 경험을 축적하고 사업타당성을 검증 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수사업은 석유공사와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이 참여해 2008년 11월 합작법인인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를 설립하고, 석유공사의 여수비축기지 내 유휴부지 중 29만 1343㎡를 활용해 탱크 36기를 건설했다. 여수터미널은 원유 350만 배럴과 석유제품 470만 배럴 등 전체 82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예정처는 여수는 2013년 3월 탱크터미널 건설 완료 이후 상업운전을 개시해 완공된지 1년여라는 짧은 기간과 최근 정유업계의 불황 등을 감안할 때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이를 수 있지만,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1단계 사업으로 향후 사업 확장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 성과를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 2013년 기준 108억 9300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전체 매출액 363억원 중 원유와 석유제품 등 창고보관료가 36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계약률에 비해 실제 가동률이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2014년 7월말 기준 전체 시설용량 818만 1000 배럴 중 81.46%인 666만 4000배럴이 계약됐다. 오일허브코리아는 계약 물량을 기준으로 임대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예정처는 "실제 가동률은 저장탱크에 실제 원유 또는 석유제품이 채워져 있는지로 평가되는데, 이는 탱크 차주사의 활용여부에 따라 달라지며 최근 수년간 저장시설에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실제 가동률은 계약률에 비해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또 "여수 사업은 전체 투자규모 5170억원 중 70% 이상을 자산유동화어음(ABCP)과 회사채 등 차입금으로 조달했다"며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도 언급했다.

◆ 국책사업인 오일허브에 울산항만공사와 석유공사 '사활'
이 가운데 사업 주관기관인 석유공사와 울산항만공사는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울산항만공사는 45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500억원을 발행하고 두번째다. 울산항만공사는 채권 발행의 목적에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등 대규모 항만건설사업 비용 조달을 위함 이라고 밝혔다.

울산항만공사는 울산 북항사업 하부시설 공사와 항만배후단지 건설을 진행 중으로, 전체 1064여 억원의 사업비를 소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공은 2017년 11월로 목표한다. 이와 함께 이번달 말까지 남항 사업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용역을 진행하며, 2022년까지 전체 5300억원의 채권을 더 발행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보팍의 사업철수 및 지분매수 요청 등 난관을 두고 주주 추가 영입 등으로 해결책 모색에 적극적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3월 대우인터내셔널과의 투자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며 "4월 말까지 주주 영입 및 지분구성을 완결해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오일허브 사업 추진력을 뒷받침 한다. 문재도 산업부 차관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저장시설을 기반으로 석유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개선 작업 중"이라며 "올해 안에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을 개정해 트레이더에 적합한 업역인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해, 국제석유거래업으로 신고 시 보세구역 내 자유로운 혼합ㆍ제조행위(블렌딩)를 허용해 트레이더들의 비즈니스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문 차관은 또 "여수·울산지역의 대규모 정제시설을 보세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해외 트레이더들이 국내 정제시설을 활용해 위탁 정제 후 재수출하는 형태의 새로운 사업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울산항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기공식이 열린 2013년 11월, 울산신항에 직접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책사업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경제단체, 지역주민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완화, 인프라 조성, 인센티브 제공 등 필요한 사항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며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창조경제의 선도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책사업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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