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개소 선정…민원 잡고, 에너지 신산업도 키운다
환경부·산업부·농식품부 등으로 나눠 협업과 경쟁 도모


"장밋빛 환상 벗어나 철저한 사업분석 선행돼야" 지적도

[이투뉴스] #1. 마을 근처에 가축분뇨처리장이 생겼는데, 누가 좋다 하겠나. 그런데 생각을 달리하니 이 시설을 잘 활용하면 마을에 돈이 되겠다 싶더라. 가축분뇨를 이용한 발전과 여기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파프리카 재배와 곤충사육을 구상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가축분뇨처리 사업자와 마을주민이 영농법인(자본금 1.5억원)도 설립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선정만 해 준다면, 성공모델을 만들어 낼 자신이 있다.(아산시 수장리 최재영 이장)

 #2. 소각·매립장 운영과정에서 생기는 주민지원기금을 가가호호 나눠 갖지 않고, 지난 10년간 100억을 모아 두었다. 바로 정부의 이런 사업을 기대하며 기다린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퍼주기式 주민지원사업은 원치 않는다. 주민들도 직접 투자해 투자비율 만큼 수익금을 분배받고, 일자리도 스스로 만드는 생산적 복지를 스스로 실현하겠다.(경주시 천군동 남정모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오랜만에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다. 소각장이나 매립장, 가축분뇨처리장 등 소위 말하는 기피시설이 마을로 들어온 후 침체돼 있던 마을로서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이 그들을 이끌었다. 정부의 지원도 지원이지만,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농민들이 뭉쳤다. 이제 성공여부는 그들 손에 달렸다.

정부도 서두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생산을 시작으로 농가소득 증대, 기피시설 갈등완화 등 1석 3조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시범사업(3개소) 선정이후 연말엔 종합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최근 올해 사업을 추진할 사업대상지 10곳을 선정, 발표했다. 이 추세대로 나갈 경우 오는 2017년까지 당초 목표치인 전국 15∼20개 에너지타운을 넘어설 전망이다.

■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님비(NIMBY)를 핌피(PIMFY)로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란 기피·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환경시설(소각장, 매립지, 하수처리시설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을 말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소득과 생활환경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줌으로서 국민 인식을 전환해 향후 기피시설의 입지 관련 갈등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목표다. 즉 내 집 근처에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님비(NIMBY)현상을, 우리 지역으로 해당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환영의 목소리(PIMFY, Please In My Front Yard)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같은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친환경 에너지타운’ 구축방안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후변화 대응+신재생에너지 확대+민원 해결’이라는 목표를 위해 부처별 전담팀이 생겼다. 또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범사업선정위원회를 구성, 5월에는 강원 홍천과 광주광역시 운정동, 충북 진천·음성 등 3곳이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 홍천 에너지타운 사업 개요

이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친환경 에너지타운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연구용역 수행 등을 거쳐 본 사업 종합계획을 수립됐으며, 다시 최근 부처별로 지자체 공모와 자체 선정과정을 통해 모두 10개소의 에너지타운 신규사업지가 선정됐다. 사업은 환경부가 5곳으로 앞장서고, 이어 산업부가 4곳, 농식품부가 한 곳을 맡았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은 기피·혐오시설 및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님비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시설이 주민 소득향상과 생활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밀양 송전탑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전철을 다시 밟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피시설 입지 관련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등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으로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을 제시한 셈이다. 특히 정부는 에너지타운에 대해 선지원에 나서되 지역 주민이 다양한 수익(에너지생산, 관광 등)을 창출토록 함으로써 정부의 추가지원 없이 유지·관리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더불어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먼저 정부주도로 우수 사례발굴 등 확대기반을 마련한 후 자연적으로 민간까지 확산되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단계로 2017년까지는 정부 주도로 15∼20개소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조성해 확대 기반을 구축하고, 2단계인 2018년부터는 민간주도로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주요 모델은 수출 브랜드화 시키겠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다.

■ 빠른 진행 보이는 홍천 시범사업 성패 주목,
친환경 에너지타운의 사업유형은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먼저 기피 및 비선호시설 중심의 대상시설을 기준으로 추모시설, 송·변전소, 방파제, 환경처리설비 등이 있다. 또 에너지원별로는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중심과 가축 분뇨 및 농산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중심사업으로 나뉜다. 여기에 주민주도형, 지자체주도형 등 사업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구분된다.

정부는 에너지타운 확산을 위해 협동조합 설립이나 시설투자 등 필요 재원지원 확대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시설운영에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중심 수익배분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을기업, 금융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부대 에너지설비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국고보조율 상향), 지자체 평가 시 가점 부여 등 지자체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업(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측면에서의 수익성 제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태양광 판매사업자 선정물량 확대(2016년 이후 200MW 이상), 전력계통 연계비용 절감(저압연계 적용대상 100kW서 500kW로 확대) 등의 지원도 확정됐거나 추진 중이다.

이같은 기조 아래 추진되는 친환경 에너지타운은 아직까지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다. 우선 다양한 사업 모델 발굴 등을 위해 강원 홍천(환경부), 광주광역시(산업부), 충북 진천(미래부) 등 3개 지역에서 사업이 본격 추진 중이다. 이중 홍천은 바이오가스 생산이 주사업이며, 광주는 태양광설비 설치, 진천은 신재생 융복합설비 구축으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홍천의 경우 지난해 착공을 마쳤으며, 준공시기도 앞당겨 연내 모든 공사(바이오가스화, 퇴·액비시설 등)를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마을주민 역시 지난 1월 소매곡리에너지타운 영농법인을 설립했고, 태양광발전사업 등 직접적인 사업참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천 친환경 에너지타운에는 모두 123억(국고 52억원, 기존 예산·융자 71억원)이 투입된다.

최근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지로 확정된 전국 10개 지역도 소관부처 주관하에 기본설계 등 준비기간을 거쳐 사업별 여건에 따라 2∼3년 안에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사업별로 소각장, 가축분뇨처리시설, 하수처리장 등 지역에 위치한 시설 특성을 활용, 다양한 사업모델을 통해 주민소득 창출을 추진한다.

▲ 올해 신규 지정된 친환경 에너지타운 사업 현황

특히 신재생에너지 생산 외에도 문화관광 연계 등을 통해 주민수익을 올려 환경-에너지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모델이 주로 선정됐다. 즉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 수익모델과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 기피·유휴시설을 ‘돈이 되는 수익시설’로 바라보는 인식전환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 문제점과 향후 바람직한 정책과제는?
물론 친환경 에너지타운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창조마을이자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일부에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모델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 가지 않고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거론·지시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부처가 경쟁적으로 추진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대폭적인 예산지원이라는 장밋빛을 거둬낼 경우 과연 개별사업이 독자적인 경제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이들 사업이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연관돼 있는데 최근 신재생 시장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태양광 등의 경우 SMP(전력시장가격)와 REC(신재생 공급인증서) 하락으로 갈수록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

▲ 경주시 에너지타운 현장 및 사업 계획

또 가장 많은 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축산분뇨 또는 매립지, 하수처리시설 등의 소화가스 이용) 사업도 장밋빛으로만 보기 힘들다. 과거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바이오가스가 일정하게 나오지 않는 등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추진사례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현장 진단과 함께 SMP 및 REC 전망에 따른 철저한 사업성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단순한 예산지원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주민에 대한 교육과 금융지원체계 등도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경험부족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운영미숙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대학 또는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교육 및 운영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실제 독일을 비롯한 외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보면 성공모델과 필요조건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700kw/h 규모의 바이오가스 열병합발전시설을 가동 중인 독일 니더작센주 괴팅엔 인근 윤데마을의 경우 전기와 열의 에너지자립을 달성한 것은 물론 남는 전기는 판매해 주민수익도 달성하고 있다.

윤데마을이 빠르게 에너지타운을 정착시키게 된 배경에는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괴팅엔대학을 비롯한 정부, 은행 등 전문가 지원체계가 주효했다. 이 곳 주민들은 바이오가스를 생산함으로써 난방비 절감(연간 가구당 800유로)효과를 얻고 있으며, 바이오매스(축산분요, 밀 등) 공급 농가의 소득 증대효과(농가당 연간 22만유로)를 누리고 있다. 경제적 유인을 제공, 주민의 참여를 이끄는 것과 함께 전문가집단의 지원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 아산시 에너지타운 추진 계획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