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지난 3월 24~26일 사이, 인천 송도에서 GCF 9차 이사회가 열렸다. 올해 두 번째 열린 이사회는 GCF의 실질적인 의결기구이다. 개도국 12개 국가와 선진국 12개 국가가 정확하게 균형을 이뤄 구성되어 있어서, 주로 돈과 기술을 제공하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는 개도국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구도를 갖추고 있다. 한국은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지만, 이사국인 중국의 파트너로서, 간접적인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 말이 좋아 파트너국가이지, 현재 한국은 이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 당시, 한국 정부의 지원이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충분히 한국이 이사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못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번 9차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GCF와 개도국을 실질적으로 연결해주는 개도국 내 설치될 이행기구(IE, Implementing Entity)를 인증하는 부분이었다. 개도국이 아무 기구나 설치해서 GCF에 직접 자금을 청구할 수 없으며, 개도국이 자국 내 혹은 국제기구 중에 적절하다 판단되는 기구(국제개발은행, 국가 혹은 지역 은행 등)를 GCF 이사회에 상정하면, 이사회는 제안된 이행기구들의 능력과 경험 등을 다각적으로 판단, 적절하다 인정되면, 이 기구를 이행기구로 인증해주는 구도를 갖고 있다. 이번 9차 이사회에서는 개도국의 GCF사업을 담당할 7개의 신규 이행기구를 인증했다.

이행기구의 가장 큰 역할은 개도국 내 기후변화 대응 사업(온실가스 감축사업이나 기후변화 적응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사업(프로젝트나 프로그램 등)으로 만들어 GCF에 제출할 사업신청서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행기구의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개도국 내 기후변화 대응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사업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꼼꼼히 관리 감독하고, 각 단계에서 필요한 자원(기술, 재원, 인력 등)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있는지 파악하여, 부족한 자원에 대한 추가적인 요청을 한다.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사업이 계획대로 잘 운영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물을 얻어, 자국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지를 판단하여 이를 GCF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까지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기구이다. 한 국가에 여러 개의 이행기구를 둘 수 있으나, 워낙 많은 개도국들의 수요를 고려하면, 한 국가에 하나의 대표적인 이행기구가 지정될 공산이 크다. 

한국도 공식적으로는 선진국이 아닌 만큼 이런 이행기구를 설정해 GCF 이사회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도 가장 적합하다 여겨지는 몇몇 기관(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들이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대표 선두들은 신청서를 준비하면서 큰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어떤 포지션을 추구할지 참 애매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개도국들처럼 자금이나 기술이 부족하여 기후변화대응을 하지 못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처럼 앞장서서 개도국의 기후변화대응에 뭉칫돈을 내면서 까지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참 애매한 상황이다. 이런 한국과 같은 개도국이 자국 내 기존 이행기구의 목적과 역할에 부합하는 유사한 이행기구를 둔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와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도 여러 있을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들은 GCF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GCF의 재정을 앞장서서 담당하겠다고 공언하기도 참 애매하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애매한 입장이 오히려, 매우 특이하지만 독창적인 이행기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이행기구가 개도국의 수요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GCF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한국이 제안할 이행기구는 다른 개도국의 수요를 바탕으로,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민간재원, 인력 등을 연결해주는 이행기구로 포지셔닝을 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한국이 경쟁력 있는 다양한 민간재원이 무엇이고, 한국이 보유하고 개도국에 적용할 수 있는 녹색기술과 그 보유 기업의 리스트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또 국내외 전문가와 기술인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차별화된 한국만의 이행기구로 각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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