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가스보일러 통계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국내 모든 산업의 생산·출하·재고·내수·수출량이 집계된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얘기다. 시장 체감지수와의 괴리는 물론 절차상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통계청은 가스보일러 품목과 관련해 올해 1월 30일자로 지난해 생산량은 149만6952대, 내수량 127만8545대, 수출량 23만437대라고 공표했다. 각각 전년대비 1.4%, 5.0%, 0.6%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수치는 2월 23일까지도 확인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되는 2월 28일 기준으로 등재된 수치는 생산량 161만4197대, 내수량 135만5061대, 수출량 25만4488대로 크게 바뀌었다. 연간 전체 생산량이 150만대 안팎인 시장에서 생산량은 11만7245대(7.8%), 내수량 7만6516대(5.9%), 수출량 2만4051대(10.4%)가 갑작스럽게 추가로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매년 통상적으로 1월에 진행하는 보정작업을 마치고도 갑작스럽게 자료를 대폭 갱신한 것은 가스보일러제조사 가운데 한 곳이 생산량이 늘었다며, 이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해서라고 한다.

엄밀히 말해서 통계청의 통계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가스보일러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제출한 자료에 근거한 통계로, 강제성이 없다보니 제출한 자료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통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좀 나아졌다고 해도 기껏해야 소폭 증가라는 시장의 분석과도 거리가 멀다보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편이 혼돈을 방지할 것이라는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가 통계에 관심을 쏟은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토대로 앞날을 예측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로드맵과 액션플랜을 세울 수 있는 과학적인 자료라는 점에서 그렇다.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통계를 바탕으로 한 국가 정책이나 관련업계의 중장기 계획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국가통계의 오류로 인한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