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9·15 정전대란이 일어난 지 불과 3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전력이 부족해 낡은 발전기까지 총동원해 돌리는 등 비상사태였으나 요즘은 전력 예비율이 높아지면서 시장가격이 낮아져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물론이고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알려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들의 비명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이 들어맞지 않아 발생한 일이지만 이 정도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작년 연평균 kWh당 141.78원을 기록했던 전력 SMP(계통한계가격)는 지난 1월 140.76원으로 약간 떨어진데 이어 2월에는 121.16원(제주제외 육지 기준)으로 폭락했다. 당연히 1월의 전력예비율은 전년동월 대비 2배 이상 높은 16.3%를 기록했다. 전력예비율이 높아지면서 올 연말쯤이면 SMP가 110원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도매전력 가격의 하락은 대규모 설비용량 확충과 원자력 및 석탄 등 기저발전 전력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말을 기준으로 발전설비 용량은 9321만kW로 2013년보다 7.2%(624만kW) 증가했다. 발전원별 전력 생산량은 원자력이 12.6%, 석탄이 1.6% 각각 늘어난 반면 LNG발전은 7.9% 줄었다. 발전원별 이용률 역시 원전이 76.6%에서 86.2%로 9.6%P 상승한 반면 LNG는 67.1%에서 53.2%로 13.9%P 떨어졌다.

이처럼 전력예비율이 높아지고 도매가격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부족한 전력 확충을 위해 단기간에 많이 세워졌던 LNG발전소들에 비상이 걸렸다. 발전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증설이 이뤄지면서 가격경쟁력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 세워진 첨단발전소는 그나마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오래된 LNG발전소들은 당국으로부터 급전 지시를 받지 못해 놀리고 있는 형편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또한 예외는 아니다. SMP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을 포함해 수입이 정해지고 있으나 SMP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REC 마저 폭락해 수익은커녕 투자비만 갚아나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LNG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과거 정부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최근에는 값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채산성마저 맞추기 어렵다고 불만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이 엇박자를 내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전력을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원전과 화력 등 기저발전과 함께 LNG발전 등 첨두부하를 위한 시설도 전력수급상 꼭 필요한 발전설비이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화석연료의 유한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미래 에너지 자원이다. 정부는 LNG발전은 물론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도 최근 SMP 급락에 따른 적정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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