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터빈규모와 투자시기 등 감안시 세계시장 공략 가능성 충분

▲ 로얼 w. 슈링 lm 윈드파워 부사장(오른쪽)이 인터뷰가 끝난 후 랜들 호플라인 아시아 총괄대표와 포즈를 취했다.

풍력발전은 후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에너지원
“향후 2~3년 내 타 에너지원과 가격경쟁력 갖출 것”

[이투뉴스] 일본은 먼 바다로 나아갈 수록 급경사를 띄는 해저지형과 사계절에 따른 기후변화 및 바람세기 등 우리나라의 해상환경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지향하는 기술이나 정책면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올해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월드 스마트그리드 위크 중 윈드 엑스포는 다른 전시회와 비교해 다소 작은 규모로 열렸다. 전시회 자체도 대형풍력보다는 소형풍력 위주로 진행됐다. 다수의 업체 관계자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규모에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많은 해외 시스템 사들은 일본 진출에 무게를 두고 도쿄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발전산업에 대한 일본의 파격적인 지원정책 때문이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풍력 블레이드 제조사 LM 윈드파워의 임원진도 이번 전시회에 참석했다. 도쿄에서 LM의 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로얼 W. 슈링 부사장과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사업을 도맡고 있는 랜들 호플라인 아시아 총괄 대표를 아침식사 시간에 만났다.

세계 풍력발전산업의 간략한 동향을 묻는 질문에 로얼 W. 슈링 부사장은 “비용감축이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산업이 2008년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매년 7~8%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향후 2~3년 내로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가격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했다.

"화석연료 수준의 가격과 동일해지는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하는 순간 풍력발전산업의 성장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현재 세계 신재생에너지원 중 풍력의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입니다. 그리드패리티 이전까지 정부의 정책지원이 매우 중요하죠”

풍력발전의 보급 확대와 비용절감은 기술혁신이 담보돼야 가능하다. 로얼 W 부사장은 최신 블레이드의 기술적 경향에 대해 “더 길게, 더 길게”라고 표현했다.

로얼 W 부사장에 따르면 풍력발전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풍속이 좋은 지점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며 상대적으로 적은 바람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블레이드는 점차 길어지고 있다. 최근 2MW급 터빈에 설치된 블레이드의 길이는 한 쌍을 기준으로 120m이상. 블레이드 한쪽의 길이만 60m를 웃돈다.

“블레이드는 길이만큼 중량이 늘어납니다. 얼마나 가볍고 긴 블레이드를 제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블레이드사의 경쟁력은 여기에 달려있습니다”

전반적인 풍력발전의 기술 동향에 대해서는 “풍력발전은 터빈이 전체 기술혁신을 주도한다. 해상풍력발전의 확대로 최근 8MW급 터빈이 세계 주력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며 “LM도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R&D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0여명의 연구진이 진행 중인 수많은 개발 맵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로얼 W 부사장은 이 대목에서 한국의 풍력발전의 상황에 대해서도 짧게 소회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이 2011년 해상풍력에 진입할 당시 세계 시장의 동향을 비춰보아도 시기나 개발하려는 터빈의 크기로 볼 때 매우 적절한 시점이었다. 삼성이 작년 사업을 철회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좋은 시기에 시장에 참여했었다”라며 여러 번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당시 삼성중공업이 개발을 추진한 해상풍력발전 터빈은 7MW급이었다. 

우리나라는 작년 현대중공업이 서남해 해상풍력발전에서 사업철회 의사를 밝히는 등 두산을 제외한 대부분 시스템사가 해상풍력발전에서 손을 뗸 상태다. 일본도 히타치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후쿠시마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철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산업은 그만큼 녹녹치 않은 사업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로얼 W 부사장도 해상풍력발전에 대해 “어떤 리스크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LM 관계자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잭업(Jack up) 선박 한 척을 하루 대여하는데 12만 유로(한화 1억 4600여만원)가 든다.  선박을 일주일만 빌릴 수 있는 경우도 흔하지 않을뿐더러 만약 풍력발전기의 고장 등 사유로 선박이 다시 오가는 경우라도 발생하면 운항 기간까지 포함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산출된다.       

로얼 W 부사장은 “한 쌍의 블레이드를 설치하는데 공사기간이 늦어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절대로 조금의 리스크도 안고 가면 안 되는 사업”이라고 못 박았다.

동석했던 랜들 아시아 총괄 대표는 해상풍력발전이 리스크가 큰 사업인 만큼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12년 미국의 풍력발전산업 지원체계인 PTC(Renewable Electricity Production Tax Credit)의 만료를 예로 들었다. 2012년말 PTC의 만료로 당시 LM은 직원을 감축한 바 있다면서 미국이 풍력발전에 대한 지원체계를 되살린 이후, 신입 직원을 고용했지만 현장에 내보내기까지 교육을 위한 비용과 숙련에 필요한 시간 등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일본은 가장 이상적인 지원체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상풍력발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중점으로 기업의 이익과 해상풍력발전에 따른 위험부담 등을 모두 고려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지원체계라는 설명이다.  소요되는 비용을 기반으로 적절하 이익과 위험수당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것. 

LM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먼 바다에서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36엔(한화 약 330원) 수준인 발전차액(FIT)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한국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일본은 지원정책만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회사들을 일본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멘스와 GE는 근 2년간 임원진이 일본을 방문해 시장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고 베스타스는 과거 철회했던 일본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로얼 W 부사장은 일본의 풍력발전산업의 규모가 지금보다 확대된다는 가정 하에 LM도 일본 지사 설립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로얼 W 부사장과 랜들 아시아 총괄 대표는 독자들에게 “풍력발전산업은 우리 뿐만 아니라 후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라며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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