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김창섭]  투자는 통상 갈등을 유발하곤 한다. 지속가능성의 3가지 축은 경제성, 환경성 그리고 형평성이다. 이 중 요즘은 환경성보다는 특히 형평성의 측면에서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하여 총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 중의 하나가 바로 좁은 의미의 거버넌스 논의일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이 미리 사전논의를 통하여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충분한 이해를 통하여 시행착오와 갈등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것이라는 점을 경험상으로 습득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러한 거버넌스의 논의구조는 어떤 면에서 정상적인 시장활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바로 갈등이 존재하는 곳에는 이해당사자간의 자율적인 논의뿐 아니라 정부의 개입 혹은 참여를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는 상당히 바쁘다.

투자를 둘러싼 갈등은 특히 우리 에너지분야에서 유난히 많다. 밀양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내연중이고 규모가 작을 뿐 변전소와 발전소를 둘러싼 지역갈등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지 않을 뿐 예외가 없다. 심지어 가장 환경친화적인 해법으로 이해되던 풍력발전마저도 환경부를 포함하는 환경그룹에 의하여 억지되는 상황이다. 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너무나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지라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에너지요금을 둘러싼 정부와 소비자간의 갈등, 기후변화 대응의 책임을 둘러싼 환경부와 산업계간의 갈등도 대표적이다.

이와 같이 에너지는 갈등을 유발하는 필수재이다. 이러한 갈등이 강화되는 상황으로 인하여 점차 거버넌스 역시 변화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그 역할을 점차 줄여나가고 이해당사자간의 자율적인 혹은 중립적인 논의구조운용을 통한 갈등최소화의 논의과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최근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등이 가장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민주적 절차를 허용해 선진적인 논의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일면 성숙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일면 씁쓸한 불신의 시대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일면 정부의 책임회피를 보는 듯 하기도 하다.

에너지분야의 갈등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있다. 갈등을 유발하는 사안들이 대부분 과거에 결정된 사안이지만 내외 여건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특히 실무담당자 역시 변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만큼 속사정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시점의 담당자들 입장에서 갈등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스로 커가는 감정덩어리일 뿐이다. 또한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은 정부의 정보우위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시간은 갈등을 고착화시키고 불균등한 정보는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갈등의 치유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 실타래는 육안으로는 보이지않고 그 첫 실타래를 찾아내도 갈등이 고착화되어 해법을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다. 현장은 정부나 공기업에 대한 불신이 차곡 차곡 쌓여있기 마련이다. 갈등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가장 첫 단계이다. 이제 갈등은 에너지인프라 구축 및 운영의 당연한 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다양한 갈등의 가장 적절한 해법은 역시 사전예방이다. 이를 위해 사전논의와 공개적인 정보운용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이 고착화되기 전에 그리고 불필요한 이슈로 번지기 전에 논의구조를 형성하고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즉각 현장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전·사후 대응에서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경험상 그 중에서 대응주체의 책임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해당사자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그 협상의 책임자와 주체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그러나 통상 정부와 공기업의 경우 최종결정권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공기업은 스스로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다고 인식하고 정부는 공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 바로 우리나라의 의사결정의 본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기업 운영의 상당한 부분을 정부가 세부사항까지 실질적으로 결정해주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의사결정의 본 모습이고 구조적인 민낯이다. 그러므로 갈등의 발생과 해결과정 역시 구조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의 의사결정 방식 자체가 갈등을 예방하기에 부적절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갈등현장은 산재해 있는데 공기업은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고, 공무원의 수도 지극히 적다. 현장의 책임성 있는 대화창구의 설정과 권한 부여는 갈등조절의 기본이다.

갈등은 에너지인프라 구축과 운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돼야 한다. 에너지는 여전히 필수재이므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갈등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모든 갈등은 개별적이며 만능키는 없다. 단순히 불순분자의 소행으로 치부하게 되면 해결은 더욱 요원해 진다. 갈등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정하고 그리고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헤쳐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피할 곳은 없다. 에너지가 갈등덩어리이고 갈등해결 과정이 정책수립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두 모여서 짧고 굵게 호흡하고 그리고 서로 악수하고 그리고 어려운 논의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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