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硏 울산청사 이전 한창 때 돌연 사표제출 및 22일 퇴임식
“학교로 돌아가겠다” vs “정부-정치권 외압 있었나” 설왕설래

[이투뉴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돌연 사퇴,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채 22일 퇴임식을 갖고 물러났다. 그는 일단 사퇴이유를 학교(인천대학교)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 밝혔으나, 쉽게 믿기 어려워 속사정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손양훈 원장은 지난 16일 자원외교 관계로 싱가포르에 해외출장을 갔다. 이후 19일 토요일 오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 연구원에 22일 10시 퇴임식을 갖겠으니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퇴진의사를 처음으로 알렸다.

이때까지 에너지경제연구원 내부에서는 원장의 거취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느닷없는 퇴임식 준비 지시에 직원 모두가 깜짝 놀랐다는 전언이다. 이후 전해진 바에 따르면 손 원장은 싱가포르 출장 이전 이미 사표를 제출했으며, 19일 최종적으로 사표수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7월 에너지경제연구원 10대 원장으로 취임한 손양훈 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다녔다. 연대에서 석사를 마친 후 1985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으나, 2년 만에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 취득(미 플로리다대 계량경제) 및 플로리다 주정부 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1990년부터 1998년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장 등을 맡는 등 전력분야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1998년에는 인천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경제학과 교수로서 자원경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국민경제자문위원을 맡으면서 에너지정책 수립에 참여했으며, 당선 이후엔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인선 초기부터 강력한 차기 후보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 에너지정책통으로 불리며 아직 임기가 1년 7개월이나 남은 손 원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에경연은 큰 혼란에 빠졌다. 더욱이 지난 18일부터 울산 신청사 이전을 위해 이삿짐을 싸고 있는 상황에서 원장의 갑작스러운 퇴임에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손 원장은 18일 열린 퇴임식에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순하게 학교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인천대에는 해당과(경제학과)를 맡을 교수가 없어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에너지 시장론자’로서 잠잠하던 전력 및 가스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와도 상의 없이 사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의 에너지정책 방향과 흐름에 대해 답답하다는 발언을 주변에 가끔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산업 및 가스산업 구조개편이 더딘데다 최근 자원개발투자에 대해 여야가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한 것에 대한 평가로 풀이된다.

실제 손 원장은 7일 열린 해외자원개발 심포지엄에서 “자원개발을 해당 정권이 단기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도 문제고,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일관성과 지속성에 도움이 안된다”며 기존 자원개발 정책방향과 국정조사 양쪽 모두를 비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퇴는 본인의 소신과 달리 시장 중심(전력소매자유화 등)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데다 자원외교까지 정치적 논란거리로 번지는데 따른 회의감이 가장 큰 이유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정부 및 국회와의 힘겨루기에 밀렸다는 일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력산업 발전방안 연구보고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과 함께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앞 둔 시점에서의 각종 발언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의 외압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물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모든 열쇠를 손에 쥔 손양훈 원장은 현재 일체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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