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예상한대로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회위원회(위원장 홍두승)는 최근 활동시한을 당초보다 4개월 연장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사용후 핵연료 처리와 관련해서는 외부 저장시설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외부 저장시설 건설 역시 어차피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이렇게 밖에 결론을 내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씁쓸함이 남는다.

공론화위원회는 작년 출범할 때부터 절름발이를 면하지 못했다. 시민단체에서 참여하기로 한 인사들이 결과가 정해진 순서대로 갈 것 같은 위원회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첫 걸음을 제대로 내딛지 못했으면 이후라도 진정성을 갖고 시민단체를 설득하든지 아니면 국민과 직접 접촉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공론화위원회가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열린 적이 없다. 물론 TV 토론도 없었다. 공청회를 열 경우 원자력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방해 등이 예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청회 한번 개최하지도 않고 국민과 직접적인 접촉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1년을 보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원자력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4곳의 원자력발전소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최근 들어 가동을 시작하는 원자력발전소들은 설계수명이 60년으로 되어 있어 좋든 싫든 간에 앞으로도 60년 이상 사용후 핵연료가 나오게 되어 있다. 만약에 우리가 원자력발전소를 세우지 않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이 선회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세월 사용후 핵연료가 나오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원자력 찬반을 떠나서 접근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바로 이런 점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야당이나 반핵단체도 마찬가지다. 원전을 반대한다고 해서 이미 나와 있는 핵연료와 앞으로도 수십년간 쌓이는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사안이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원자력발전의 부산물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건립키로 해놓고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 핀란드만 영구처분장을 건설 중이다. 우리가 말로만 원전 강국이라고 선전할 일이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관해서도 다른 원자력 국가들을 선도할 만큼 현명하고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물론이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부딪쳐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세월을 보낸다고 해서 그저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식으로는 뾰족한 방안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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