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규제안 등 곳곳서 대치 예상

[이투뉴스] 미국에서 최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해 8년 만에 상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공화당의 대승과 오바마 대통령의 패배로 묘사되는 이번 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 뜨거운 가운데 오바마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놓고 향후 공화당과의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내 관가 소식통들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키스톤 XL 송유관 승인을 밀어붙이고 기후변화 법안을 공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끊는데 주력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발전소 온실가스를 제한하는 미 환경보호국(EPA)이 제시한 법안도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기후변화 등 핵심 과제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공화당의 정치적 움직임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미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UN 정부간 패널에서 과학자들이 화석연료 이용으로 인한 배출을 대폭 줄이기 위한 각국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한지 단 며칠이 지난 시점에 이같은 선거 결과가 나와 일각에선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데이비드 골드스톤 환경단체 공무 담당자는 "이번 투표를 통해 정부가 추진한 친환경 법안을 막으려는 유권자들의 메시지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원들이 의회 합동 결의안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기후 법안들을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상원선거에서 과반인 52석을 확보한 공화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뒤집을 수 있는 60석에 못미쳐 그들이 추진하는 법안을 진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네셔널지오그라피>는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4가지 부문에서 에너지논의가 재편될 것으로 분석했다.

◆발전소 규제안 강한 반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의 조짐은 환경과 공공업무 상원위원회에서 처음 감지됐다. 위원장 자리를 진보적 성향의 캘리포니아주 민주당원 바바라 박서에서 오클라호마주 공화당 제임스 인호프에게 넘겨줘야 할 판이다. 

제임스 인호프는 기후변화론을 거대한 음모로 지칭할 정도로 탄소배출 규제에 부정적인 인사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환경과 공공업무 상원 위원장은 역임한 바 있다. 그는 2012년 <지구온난화 이론이 당신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위원장으로서 그는 신규 발전소의 배출을 제한하자는 EPA의 제안을 차단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힘쓸 것으로 보인다. '청정발전 계획' 이라 불리는 EPA의 법안은 현존 발전소의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05년 수준 대비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는 재당선된 상원 소수당 리더인 미치 맥코넬 의원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맥코넬 의원은 꼭 통과되어야만 하는 예산 지출안에 대한 개정안을 잇달아 내놓는 전략을 이용해 EPA 자금을 차단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이 같은 공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새로운 배출 저감안에 동의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국제적으로 난처한 위치에 서게될 것으로 전망됐다. 

◆키스톤 XL 승인 압력
맥코넬 의원은 비슷한 예산 전략을 이용해 송유관 건설 승인에 대한 투표를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에서 승인안이 통과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지 결정해야 한다.

키스톤 송유관은 캐나다 알버타 지역에서 몬타나와 사우스 다코타를 통해 남부까지 중유를 운송하도록 계획됐다. 6년 전 트랜스캐나다가 제안하고 북부 지역의 건설에만 수백억달러가 소요된 이 사업은 몇 년 째 미 연방정부의 환경 규제 검토로 지연되고 있다.

현재 상원 집권당 리더인 해리 라이드 민주당(네바다 주) 의원은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송유관 건설 승인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방해했다. 많은 환경론자들도 이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송유관이 건설될 경우 기존 원유 생산보다 에너지 집약적인 오일 샌드 이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송유관이 배출을 늘릴 경우 건설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내무부의 최근 검토안은 키스톤 송유관 건설 유무와 상관 없이 오일 샌드가 개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석연료의 수출 확대 움직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계획에 대한 중앙 정부의 신속한 승인을 촉구할 수 있다. 에너지부는 현재까지 몇 건의 수출을 승인했으나 공화당 측은 더 빠른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와 천연자원 상원위원회 회장 자리를 넘보고 있는 리사 머코브스키 상원의원(공화당)은 원유 수출 금지법안 철회를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70년 아랍 원유 금수조치 동안 원유 수출 금지법이 제정됐다.

머코브스키 의원은 내년 이 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 9월 밝혔다. 미국 회계 감사원은 원유 수출이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시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에너지효율 법안 통과 시사
랍 포트먼 상원의원(공화당, 오하이오 주)과 최근 선출된 쟌 샤힌 상원의원(민주당, 뉴 햄프셔 주)은 에너지 효율 증진을 위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법안은 키스톤 송유관과 다른 법안들에 밀려 올해 통과되지 못했다.

키스톤 승인여부가 결정되면 에너지 효율 법안이 상원에서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공화당원들은 가전제품에 대한 더 엄격한 효율 기준을 차단할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