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기준 강화·전기난방기 늘면서 가구당사용량 감소세 완연
신규 택지 실종, 재건축아파트 등 非고시지역 전환수요에 촉각

▲ 한난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개포지구 6개단지 재건축아파트와 친환경에너지 공급협약을 체결, 지역난방 공급권을 사실상 확보했다. 특히 6개단지 중 4곳이 기존에 도시가스 개별난방을 사용하던 곳이어서 도시가스사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투뉴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올해 들어 8월까지 열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2.3%가 줄었다. 냉방수요가 일부 증가했으나 이를 합해도 감소율이 12%가 넘는다. 한난만 올해 열판매를 죽 쓴 것은 아니다. 공급가구수가 크게 늘지 않은 대부분의 지역난방업체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열수요가 감소했다.

열수요 감소는 동절기 따뜻한 날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올 1, 2월 국내 날씨는 유난히 따뜻했다. 하지만 날씨가 전부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늘어나는 전기 보조난방기를 비롯해 건축물의 단열 강화, 소비절약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비단 올해 만의 얘기가 아니라 단위가구당 수요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난방수요 감소추세는 열뿐만 아니라 도시가스 등 모든 에너지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난방의 경우 앞으로 대규모 신규 택지개발지구가 나오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지역난방 공급가구수는 증가하지만 지연됐던 포화수요가 되돌아 온 것일 뿐 새로운 시장 및 수요로 인한 것이 아니다. 결국 국내 집단에너지는 단위가구당 열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신규수요까지 찾기 힘들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선 집단에너지업계가 수요개발 노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중심에는 재건축아파트와 지역냉방이 있다. 비고시지역 공급확대를 통한 신규수요 확보와 지역냉방 보급으로 단위가구당 열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개별난방시장 잠식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그간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도시가스와의 마찰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도시 기대 힘들다…재건축아파트 집중 공략
정부는 지난 9월 신도시 등을 통한 주택 공급량을 축소하는 대신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부동산정책을 새로 내놨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필두로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주택부족을 메우기 위한 신도시 개발 방식을 2017년까지 중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주택공급방식을 대규모 신도시에서 도심권 재정비로 바꾸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한 해 동안 공급되는 주택량은 평균 40만∼50만가구 수준. 이중 LH와 지자체 등이 신규 택지지구 개발을 통해 건설하는 물량이 10만가구로 20% 가까이 된다. 당분간 이 양을 줄이는 형태로 주택 공급을 감소시키는 대신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로 수요를 메꾸겠다는 발상이다.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는 규제완화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 정부가 내놓은 9.1 대책 중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

실제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서울에만 목동, 상계동, 강남 등 18만 가구가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 노후 아파트단지는 도시가스 개별난방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 재건축단지의 경우 난방비 절감이나 집값 상승 등을 이유로 지역난방 공급을 선호한다. 근래 완료된 재건축아파트 역시 대다수가 지역난방으로 전환했다. 

따라서 집단에너지업계는 도심 재건축아파트 활성화를 또 하나의 기회로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지역난방 수요개발과 공급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것이다. 실제 한난과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의 경우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공급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여타 지역난방업체 역시 이전에 비해 다양한 열원을 확보하면서 수요개발을 위한 영업에 나설 태세다.

특히 지역난방 공급대상 지정지역 외에 있는 기존 아파트단지의 경우 지역난방 공급을 위해선 입주자 75%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와 가스를 공급하는 도시가스사의 견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이런 절차가 상당수 해소되는 것은 물론 도시가스사 눈치를 덜 봐도 된다는 점에서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도시가스사 역시 콘덴싱보일러의 높은 효율을 홍보함과 동시에 자가열병합을 활용한 복합시스템을 제안하는 등 시장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저렴한 난방비와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지역난방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열배관이 멀지 않은 경우 상당수가 지역난방으로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대책마련을 고심 중이다.

◆시스템창호 등 단열 향상이 수요감소에 가장 큰 영향
지역난방업계는 최근 10년 동안 날씨와 상관없이 세대당 열사용량이 서서히 감소해 현재는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이중창호 등 건축물의 단열 강화에 따른 요인과 함께 전기장판, 전기난로, 전기패널 등 전기보조난방기 증가로 인한 요인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1인 세대 증가 등 가구당 거주인원 감소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반적 기온 상승 등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가구당 지역난방열 소비량의 변화요인 분석(오현영, 심상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구당 열소비량 감소는 실질 열판매단가와 겨울철 전력소비 증가율(전기난방기 증가), 단열성능 개선율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전년비 단열성능 개선율’이 1% 증가할 때 단위열사용량이 평균적으로 1.76∼1.8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여타 요인에 비해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건축물 단열기준(건축물부위 열관류율)을 점차 강화, 난방에너지 절약과 수요관리를 꾀하고 있다. 특히 2001년에는 외벽의 단열성능을 19.2% 강화했으며, 2008년엔 외기에 면하는 창의 열관류율을 21.9%나 끌어올리도록 의무화했다. 정부의 단열기준 강화 외에도 건설 및 건축자재업계 역시 시장경쟁력 개선 차원에서 단열성능이 한층 강화된 개선제품과 주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단열성능 강화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및 지자체가 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해 건축물 설계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30년까지 에너지제로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내놓고 있다. 소비자 역시 난방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창호를 비롯해 각종 단열제품(열차단필름, 뽁뽁이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단위가구당 열수요 감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커버하기 위한 업계의 적극적인 수요창출 노력과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지역냉방 보급확대·도시가스와의 갈등도 변수
단위가구당 열수요 감소의 해법으로 지역냉방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업무용 빌딩 등 건물에 집중된 지역냉방을 공동주택에도 도입, 동절기에 치우친 열수요를 하절기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정부 역시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이용효율 제고와 전력피크 절감효과가 큰 지역냉방을 확대한다는 정책방향을 정한 상태다.

현장에서의 관련 기술개발과 보급노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존 상가 및 업무용 건물에 국한돼 왔던 흡수식 냉동기를 공동주택으로 늘리는 한편 제습식 냉방기 설치를 위한 시범보급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를 대상으로 지역난방+지역냉방을 모두 포함한 복합공급에 대한 협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냉방이 이처럼 집단에너지의 새로운 수요개발 방안으로 부각되는 것은 초기설치비는 전기냉방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지만, 낮은 요금(열+전기)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금이 흡수식과 냉수직공급 방식은 전기에어컨에 비해 1/3∼1/4, 제습식도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흡수식은 냉동기와 냉각탑 설치가 필요하다는 점과 냉수직공급 방식은 거리제한이 단점이다. 또 제습 및 실내공기질 개선 등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제습식 냉방기의 경우 아직 상용화 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약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더불어 지역난방의 이중고 해소를 위해서는 도시가스와의 갈등해소도 빼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아파트라는 동일한 난방시장을 두고 한쪽이 시장을 늘리면 다른 한편은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양측이 각자 최선을 다해 에너지 공급방식을 제안하면서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피력할 수밖에 없다. 

한 에너지전문가는 이와 관련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의 갈등해소는 소비자선택권에 맡기는 방법 외에 평화적 해법은 사실 없다. 다만 자가열병합발전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광역 열네트워크 건설시 도시가스사에 공급우선권을 주는 방안 등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모두 난방시장 경쟁자로 떠오르는 전기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와 소비자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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