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전공 부교수

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부교수
[이투뉴스 / 기고] 2013년 9월 리비아·이란·나이지리아·이라크 4개국은 원유공급량을 250만 bbl/d 가량 감산했다. 일반적으로 원유 감산은 가격 상승을 야기한다. 그러나 4개국의 원유 감산은 실제로 국제 원유가격을 크게 변동시키지 않았다.

감산 영향을 완충시킨 것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이었다.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지원기구인 JOGMEC은 위 4개국의 공급 감소분이 미국 셰일오일 증산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중동지역 석유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다.

셰일가스 혁명은 시장 흐름과 반응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셰일가스나 셰일오일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셰일가스 혁명이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국가가 소수 자원부국으로부터 에너지/셰일 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의존관계를 고려한다면, 공급처 다변화라는 점에서 셰일가스·오일 혁명은 중대한 사항이다.

전 세계적으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부존량은 많다. 미국 에너지관리청 EIA은 기술적으로 회수가능한 셰일가스의 양을 북미 1783 Tcf, 남미 1430 Tcf, 유럽·러시아 885 Tcf, 중동·아프리카 1393 Tcf, 아시아·태평양 1808 Tcf 라고 발표했다. 이중 회수 가능한 셰일오일의 양은 북미 800억 bbl, 남미 597억 bbl, 유럽·러시아 893억 bbl, 중동·아프리카 430억 bbl, 아시아·태평양 739억 bbl으로 북미에 가장 많이 부존돼 있다.

특히 미국은 셰일가스·오일 개발로 인해 자국 내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이 증가되면서 에너지시장의 주요한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다. EIA는 2014년 미국의 석유생산량이 하루당 1300만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석유생산량(하루당 690만)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2013년 말 미국의 원유수입량은 하루당 750만배럴이었지만, 원유생산량은 하루당 780만배럴로 수입량보다 컸다. EIA는 2020년에는 미국이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그리고 2035년에는 원유 순수출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원유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의 E&P 기업들은 정부에 수출허가를 요청하였고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월30일 원유수출을 허가하였다. 이번 허가는 Pioneer Natural Resources와 Enterprise Products Partners LP 등 2개 회사에 한정되지만, 다른 회사들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같은 대규모의 공급자가 급부상함에 따라 에너지시장의 공급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는 지난 7월18일 연차통계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의 원유생산량과 수요는 증가하였지만, OPEC의 2013년 원유생산량은 전년 대비 2.5% 감소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전년도 44.66%에서 43.4%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원인으로 미국의 셰일 붐을 언급하였다.

셰일 붐은 국제에너지시장에서 기존의 공급자가 갖던 영향력을 변화시켰다. 미국과 EU는 지난 7월30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취하였다. 과거 EU는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공급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여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지 못했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또는 셰일오일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자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휘발유를 수입했지만, 지금은 유럽과 남미로 석유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셰일가스·오일 혁명은 우리나라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급자에 대한 선택 폭을 넓혀 중동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산유국들은 아시아지역으로부터 획득했던 프리미엄을 점차 낮춰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기회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세계석유시장의 공급자로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정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입한 원유를 이용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해외에 수출한다. 만일, 우리나라가 셰일오일의 개발에 직접 참여하여 생산한다면, 원유 탐사부터 석유제품 판매까지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우리나라가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자원개발 투자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세계 석유가스 시장에서 큰 손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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