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시행이 연기됐던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또 유예될 것으로 보여 친환경차 시장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근 당·정·청 정책협의회를 열고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의 시행을 당초 내년 1월1일에서 2021년 이후로 미루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경차와 소형차 등 저탄소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 승용차에는 부담금을 매겨 저탄소차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제도는 2009년 논의되기 시작해 2010년 녹색성장 기본법에 반영됐으며 2013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줄기차게 연기를 요청하는 바람에 2015년 1월로 연기됐다. 이처럼 한차례 연기된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시행을 불과 반년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무려 6년이나 유예될 것으로 보여 정부가 이 제도를 실시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6년 유예는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임기를 훨씬 넘겨서까지 연기하는 것으로 환경단체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대형차 비중이 무려 72%로 좁은 국토에 비해 승용차가 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배기량이 많은 차종에 대해 부담금을 많이 매기는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가 넓은 선진국의 경우도 경차와 소형차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큰 승용차를 보유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더욱이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벌써 5년전부터 관련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산업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에서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계의 이번 연기 요구는 전적으로 업계의 이익만을 추구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유수의 수출업체로 성장했으며 유럽 등 국제적인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에 오래전부터 대응해 왔고 해당국가의 규제를 만족하는 자동차를 주력차종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 연기는 국민적인 설득을 얻기가 어렵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이 제도를 통해 온실가스 160만톤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국회는 지난해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도입과 함께 그 시행시기를 내년 1월로 못박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대로 제도시행이 연기될지는 불투명하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마련한 제도가 해당 업계의 이익을 추구하는 로비 등에 밀려 이처럼 연기되거나 유야무야된다면 정책의 신뢰성에도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뚜렷한 이유나 명분없이 제도를 수포로 돌리는 것은 정부의 신뢰에도 큰 악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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