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회의실에는 주유소업계와 관련된 15명이 모였다. 주유소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정부를 대표해 강경성 석유산업과장과 박위규 서기관, 한국주유소협회에서는 김문식 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그 외에 학계, 정유사, 한국거래소, 석유관리원 등 주유소와 연관 있는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태스크포스팀의 목적은 주유소의 경쟁력 강화다. 각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도출해 나간다는 것이다. 주유소 경쟁력 강화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태스크포스팀까지 마련한 데는 관련분야 인사들이 모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실을 거두겠다는 합의가 바탕된 것이라 판단된다.

주유소의 경쟁력 저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적정 주유소 수라고 여겨지는 7000~8000개소를 훌쩍 뛰어넘어 두배 가까운 1만3000여개소가 운영되며 겪는 과잉경쟁, 정유사와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으로 인한 피해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는 개별 주유소 또는 주유소협회 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매년 수익은 줄고, 고충은 늘어난다고 호소한다. 생존을 위해 주유원을 줄이기도 하고, 가족 손을 빌리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출구전략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관건은 출구전략을 위한 방법이다. 지난 15일 열린 주유소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팀의 첫 회의는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구성원 및 회의 일정, 장소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은 물론 회의에서 논의된 안건에 대해서도 극히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주유소 경쟁력 강화의 대상자이며 당사자인 일반 주유소사업자들 조차 논의된 안건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주제로 TF회의가 진행될 것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유소 경쟁력강화TF 회의 바로 다음날인 16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RX석유시장 운영 규정 개정안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개정안에는 '주유소협의회' 설치 조항이 신설됐다.

석유거래소 관계자는 "매도자로 참가하는 주유소들의 거래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해 얘기를 들으려 하는 데 종전에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통을 늘리고, 협의를 거칠수록 주유소들의 거래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한 필요조건이 소통과 협의인 셈이다. 그 전제조건은 투명성 확보다. 

주유소 경쟁력 강화를 말하며 이대로 007작전이 지속될 경우, 그에 따르는 책임은 고스란히 정부와 주유소협회에게 돌아갈 것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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