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2020년 이후 연기 등 전면 재검토 촉구”
관계부처 “이미 사회적 합의 마쳐…예정대로 시행”

[이투뉴스] 내년 시행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전경련 등 경제단체가 新기후체제가 마련되는 2020년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 제기했다. 그동안 배출권거래제 도입 신중론을 여러 차례 거론한 적은 있으나 시행시기를 코 앞에 두고 연기론을 공론화하는 등 전면 재검토를 강하게 촉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15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글로벌 경쟁력만 훼손한다는 내용의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발표하고 정부에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번 건의에는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기계산업협회, 한국반도체협회, 한국철강협회 등 경제단체 및 업종별 단체 모두 23개가 함께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석유협회가 참여했다.

◆엄청난 경제부담, 왜 우리가 앞장서나 
경제계는 먼저 전 세계가 협력해야만 기후변화에 대해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므로 국제동향을 감안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에서 시행하지 않는 국가단위 배출권거래제를 배출비중 세계 1.8%에 불과한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 국제사회에선 일부 국가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해서는 실질적인 효과 없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만 훼손된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다루는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하거나 탈퇴했다. 경제계는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맞춰 2020년 이후 선진·개도국 등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新기후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출권 거래비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기 때문에 명확한 산출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경제계는 2015∼2017년 3년간 최대 27조5000억원을 추가 부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할당량의 근거가 되는 배출전망치(BAU) 산정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한 만큼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배출전망치에 대한 근거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출권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전면 재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배출전망치는 할당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초자료로 경제지표, 에너지 설비 비중, 산업구조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산정되어야 함에도 정부가 2013년에 산정한 배출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계는 에너지 기본계획 등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산정된 배출전망치를 유지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경제계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전력, 스팀 등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서도 간접배출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직·간접배출에 대한 부담에 더해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문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경우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전 세계가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고 있는 지금은 규제를 강화할 때가 아니라 친환경 기술개발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할 때"라며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 주장 조목조목 반박…거래제 후퇴는 없다
이같은 경제단체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령에서 이미 규정된 사안인 만큼 현행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관계부처 설명자료를 통해 경제단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연기론을 일축했다.

우선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흐름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2013년말 현재 전 세계 99개국이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등 우리나라를 포함한 62개국이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등 감축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후퇴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연기론에 대해서도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것은 물론 법령에서 이미 규정된 사안으로 현행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배출권거래제는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아니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미국, 중국, 일본, EU 등을 포함한 38개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가 산정한 추가부담액 역시 비현실적인 가정(모든 업체에 과징금 10만원 적용)과 자체 배출전망을 바탕으로 했다는 측면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정부가 내놓은 할당계획(안)에 따른 감축비용(2015∼2017년간)은 1조1000억원 수준(현재 EU 가격 기준)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배출전망치 산정근거 설명 요청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회와 간담회를 열어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히면서도 필요시 추가로 설명을 해나갈 예정이라도 덧붙였다. 또 해외기관의 분석치는 잘못된 데이터 사용, 전망방법 및 산출방법 등이 우리나라와 상이해 나타난 결과로 오류 수정을 해외기관에 요청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2013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재검증을 실시한 결과 2009년 전망결과와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간접배출 관리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선 산업계의 초기 부담 완화를 위해 감축율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말로 비켜갔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업계 부담완화를 위해 이미 배출권거래법령 시행시기를 연기(2013년→2015년)한 것은 물론 1차 계획기간 무상할당 확대(97%→100%) 등을 결정했다”면서 “감축부담 완화를 위해 감축율 조정, 시장안정화 조치 강화 등을 검토 중이지만 제도 자체의 후퇴는 없다”고 단언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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