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이 예일대 환경대학원 / 환경연합

트리니다드토바고 알루미늄 제련소 방문기
채텀지역주민, 정부·알코아와 힘겨운 싸움


올해 1월 ‘지속가능 발전 정책과 실제 이행’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리니다드토바고(Trinidad & Tobago)라는 나라의 존재조차 몰랐다.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카리브해 지역의 특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비슷해서 좋은 비교가 될 것 같아 수강했는데 수업의 마무리는 트리니다드토바고 방문이었다.


2005년 현재 한국 교민이 7명밖에 없는 나라. 미국의 우파정책에 반기를 든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해상국경을 맞대고 있는 면적 5128km2의 나라. 트리니다드와 토바고 두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풍부한 가스와 석유 때문에 일인당 국민소득이 9743달러에 육박하는 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Port of Spain)에 내리니 아프리카 후예들이 건설한 국가답게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한 곳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중남미와 카리브해의 많은 국가들이 군사쿠데타를 경험하면서 민주주의에 상처를 입혀온 것과 달리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단 한번의 군사 구데타가 없었다는 점이 퍽 인상적이었다. 건국 후 단 한번의 군사 쿠데타 시도가 있었지만 미리 차단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도 전체인구의 39.5%를 차지하는 흑인과, 40.3%를 차지하는 인도계 사이의 경제적 실권 주도 경쟁이 나름대로는 치열한 곳이다.


지속가능정책 실제사례들을 보기 위해 우리가 방문한 곳은 지역주민들이 거대기업 알코아(Alcoa)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트리니다드섬 서남쪽의 채텀(Chattam)마을이었다. 알코아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알루미늄 생산업체로 문제의 발단은 알코아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정부간 체결된 2004년5월 양해각서였다.


정부는 알루미늄 제련소 건설을 주민과 상의없이 진행했고, 어느 날 갑자기 밀어닥친 불도저에 주민들은 당황했다. 주민들은 부랴부랴 내용파악을 위해 분주했고 그 과정에서 결성된 ‘채텀/캡더빌 환경보호(Chatham/Cap de Ville Environment Protection Group)’는 주민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다.


알코아와 정부의 이야기를 빌리면 총 15억달러에 해당하는 알루미늄 제련소와 주물공장 등 2년간의 건설과정에서 1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건설 이후에는 700~800개의 일자리가 보장되어 지역과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간 생산되는 알루미늄은 34만1000톤으로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주요 산실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곳이 주요한 건설기지로 채택되는 이유는 물론 이곳에 저장된 가스와 석유 때문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저장된 가스와 석유 때문에 산업화의 속도가 매우 빨리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 현재 인구 한 명당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3위이다.


알코아의 공장이 들어서면 인구당 이산화탄소 방출은 세계 1위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34만1000톤의 알루미늄 생산을 위한 알코아 시설은 자동차 24만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기 때문이다. 총 사용될 전력은 579MW로 이 나라 전체 전력소비량의 50%에 달할 것이다. 공장이 들어서게 되면 염소와 다이옥신 등의 유독가스 방출 또한 주민들이 공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였다.


노르웨이에서 간호원으로 일하다가 고향이 제련소에 넘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노르웨이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니콜은 오히려 우리에게 되물었다.


“여러분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우리가 큰 부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나의 아이들과 이곳의 원숭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스멜팅(smelting; 제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 모두는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독일어가 어원인 이 단어는 결국 영어의 ‘멜팅(melting; 녹음)’과 같더군요. 제련소가 들어서면 에너지 소비는 물론이고, 이산화탄소가 우리 지구를 위협하고…. 그러나 꼭 무언가를 유치해야 한다면 우리는 재활용시설을 유치하고 싶습니다. 재활용시설은 에너지가 소모되긴 하지만 환경적으로 유의미할 뿐 만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도 재활용과 절약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자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40년동안 살았다는 채텀/캡더빌 환경보호의 회장 피츠로이 비이치씨는 “제련소를 짓기 위해 나무를 자르자 야생동물들이 뛰쳐나와 인가로 뛰어들어왔다.” 라며 그때의 안타까운 순간을 회상했다.
2006년 10월 지금도 채텀지역 주민들은 알코아와 T & T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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