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경보호청 CO₂ 감축안에 발전원 희비 엇갈려

[이투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한하자 석탄은 울상을 짓는반면 원자력 산업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EPA의 규제안이 발효될 경우 석탄화력발전소 퇴출로 전력가격이 인상되면 원전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EPA는 이달초 2030년까지 기존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30% 줄이겠다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에 대한 규제도 2005년 대비 25% 이하로 낮췄다. 각 주마다 개별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량을 달성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업계는 이번 삭감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원자력 산업은 반기고 있다. 배출 저감안에 따라 석탄발전소들은 문을 닫거나 값비싼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하나 이미 원전을 이용하고 있는 주정부들은  발전량을 늘리는 식으로 전체 배출량을 감축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존 원전의 존속 이유를 증명하고 출력을 늘리는 원전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차드 마이어 원자력연구소 부회장은 "원자력 에너지는 모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원의 63%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PA는 주별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를 계산하면서 원전을 건설 중인 주들에게 보너스 점수를 부여했다. 일부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원전에 동일한 점수를 매기고 폐쇄 위험에 처한 발전소들이 운영될 수 있도록 주정부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EPA는 현재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준공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규제 초안에서 밝혔다. EPA는 주정부들에게 건설 중인 원전이나 폐쇄 직전의 원전을 모두 유지하거나 가동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3개 주에서 5개 원전이 건설되고 있다. 서전사는 2200MW 규모의 2개 원전을 2017년 운전을 목표로 조지아 주에서 짓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SCANA사도 2200MW 규모의 원전을 2017년 말 또는 2018년 초 완공을 목포로 건설 중이고, 테네시 밸리 어서리티사는 2016년말 테네시주에서 1270MW급 원전을 상업 운전할 계획이다. 이 원전들이 완공되지 않을 경우 주정부들은 EPA가 규정한 목표치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삭감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청정한 화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폐쇄 직전의 원전을 소유한 주정부들도 원전을 문 닫을 경우 배출 저감 목표량이 상승하게 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에서 5700MW에 달하는 6개 원전이 폐쇄 직전에 처해있다. 운전과 운영비 고정분 상승과 비교적 낮은 전력도매가, 발전소 안전과 관련된 추가적 자본 투자 등의 이유로 폐쇄 결정이 고려되고 있다.

앞서 2008년 엑셀론사는 원전 성능 향상을 통해 1500MW의 설비 용량을 증설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6월 이 계획을 취소했다. 장기 전력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낮은데다 성능 향상을 위한 투자 비용이 높고 환수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벤자민 살리스버리 FBR 캐피탈 마켓 부회장은 "EPA는 원자력 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계획을 짰으나 이를 풀어가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EPA는 기술 중립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IA나 EPA 모두 각각 원전에 대한 노후 상태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애널리스트들과 컨설턴트들은 폐쇄 직전의 원전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EPA는 내년 6월까지 법령 최종안을 확정하고 1년 후 법령이 발표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번 규제안이 최종적으로 공표되기까지 향후 1년간 기존 원전의 가치는 제고될 것이라고 기후에너지솔루션센터(CCES) 측은 밝혔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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