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200억원에 불과한 시장을 놓고 중견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아니라며 반발하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귀뚜라미는 지난달 하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조정협의체 3차 회의에서 목재펠릿보일러 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데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목재펠릿보일러는 2008년 산림청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사환의 일환으로 시범사업에 나섰으며 45개 중소기업이 시장에 들어왔으나 귀뚜라미와 같은 큰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현재는 3개 업체만이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귀뚜라미는 올들어 여러차례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조정협의체 회의에서 가스기기를 제조하는 종합메이커로서 발전가능성이 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경동나비엔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양측이 합의하면 따르겠다며 사업을 정리할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보일러업계의 선두주자인 귀뚜라미가 목재펠릿보일러 사업에 연연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라고 본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귀뚜라미는 목재펠릿사업을 접고 좀더 시장규모가 크고 첨단기술이 필요한 보일러시장에 전념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귀뚜라미가 목재 펠릿보일러 사업에서 철수해야 하는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 시장규모다. 기껏해야 200억원에 불과한 시장을 놓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귀뚜라미가 중소기업들과 이전투구를 벌인다는 것은 어린아이 팔 비틀기와 다름이 없다. 그동안 귀뚜라미를 성장하도록 도와준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큰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 도리다.

두번째는 목재펠릿보일러 사업이 대규모투자가 필요해 큰 기업의 자금력이 뒷받침해야할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들여 몇 년동안 사업을 벌이는 분야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정도의 사업에 귀뚜라미가 명운을 건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첨단기술이 필요한 사업 역시 아니다. 과거 전지산업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첨예한 갈등을 빚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전지산업은 중소기업이 영위하고 있었으나 일부 대기업이 속속 참여하면서 중소기업 업종시비가 붙었다. 그러나 전지산업은 큰 투자가 필요하고 첨단기술이 시급한 분야라는 점이 인정되면서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목재펠릿보일러 산업은 그처럼 첨단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도 귀뚜라미가 목재펠릿보일러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제품의 품질과 성능 등 기술수준의 격차는 없으며 대기업이 진출할 만큼 시장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진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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