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1600여개 발전소 온실가스 25% 감축
전 세계 기후변화 협약에도 영향 끼칠 듯

[이투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배출권 거래제 촉진을 위한 계획을 2일 공개했다. 미국 역사상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1600여개 발전소의 배출량을 25%까지 줄인다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화력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은 미국 전체 배출량의 40%에 달한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작성하고 백악관에서 검토한 이 법안은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이번 법안으로 미국이 국제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중국과 인도 등 대형 배출국들이 배출 저감 조치를 취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외교적 입지를 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미국은 지구를 보호하려는 지구촌 노력에 앞장 설 계획"이라며 "미국의 영향력은 몸소 모범을 보일 때 더 강해졌다. 다른 모든 이들이 적용할 규제에서 우리 스스로를 제외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계획대로 모든 것인 진행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반대를 딪고 이겨낸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기간 동안 배출권 거래제를 의회에서 통과시켜 탄소 오염을 줄이길 희망했다. 그러나 2010년 상원에서 그 노력은 좌절됐다. 공화당원과 티파티 그룹, 석탄 산업은 민주당을 공격하고 이 법안을 에너지 비용만 높이는 '규제와 세금(Cap & tax)'이라고 비판했다.

EPA는 청정대기법에 의해 지난해 9월 향후 발전소에 대한 배출 규제를 제안했다. EPA의 지나 맥케시 청장은 25%까지 더 가파른 저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치에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주정부들의 자율적 재량에 맡길 예정이라고 말해왔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전력회사들은 노후화되고 오염원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 발전소들을 점차 폐쇄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탄소를 포획하는 장치를 장착하거나 풍력과 태양광발전 확대, 전력망 업그레이드,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설치 유도를 할수도 있다.  
 
데이비드 도니거 NRDC 기후 프로그램장은 "이들은 공장 내에서만 (배출 저감을) 노력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값싸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PA는 각 주마다 에너지 믹스를 고려해 저감 목표 범위를 제시해 규제 영향을 완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환경 규제를 주로 반대하는 상공 회의소는 EPA 규제가 전기료 상승과 실직, 투자 부담 등으로 연간 510억달러의 손실을 낳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수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석탄에서 저렴한 천연가스로 에너지원을 전환하거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침체로 전기 수요도 낮았다. 

백악관 측은 이 같은 변화들 때문에 EPA 규제가 경제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문인 존 파데스타는 "우리는 에너지 시스템을 저탄소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30개 이상의 주정부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촉진 법안을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네소타 주와 콜로라도 주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9개 북동부 주들과 캘리포니아 주는 이미 배출권 거래 시스템 운영을 통해 배출량을 줄인 발전소들을 보상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에너지 고문으로 역임했던 파울 블레드소는 "에너지 업계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변화들과 맥케시 청장 등 정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반대 의견을 누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산업계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석탄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회사들은 필사적으로 싸울 것으로 보이는 반면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좀 더 낙관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PA 규제는 지역적 배출권 거래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RGGI(배출권거래시장)에 참여한 9개 주정부들은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 가량 줄였다. 이들은 202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EPA 신규 법안을 배출권거래제를 위한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신규제안 발표 이후 EPA는 1년 내에 그린피스와 피바디 코얼로부터 여론을 취합하고 내년 6월까지 신규 법안을 최종 마무리해야 한다. 이후 주정부들은 2016년 6월 전까지 새로운 EPA 목표량을 맞추기 위한 세부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2017년 1월 만료되기 때문에 아주 빡빡한 기한을 두고 일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적이고 정치적인 논쟁이 예상된다.

이 규제는 많은 행정 관계자들이 정치적 쇼로 치부하는 키스톤 송유관보다 환경에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공화당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 권한을 이용해 의회에서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배출권 거래제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기를 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당선됐을 때 언급한 약속을 실행할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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