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측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강력 반발
동반성장위 조정협의체 3차 회의도 합의 불발

[이투뉴스] 시장규모는 적지만 경제성과 친환경성으로 최근 주목받는 목재펠릿보일러 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정이 험난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차원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2곳 중 한 곳인 귀뚜라미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세 번째 동반성장위원회 조정협의체 회의가 지난 20일 열려 기대를 모았지만 귀뚜라미 측이 절대 수용불가를 주창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귀뚜라미 측은 보일러 등 가스기기를 제조하는 종합메이커로서 발전 가능성이 짙은 시장에 진출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목재펠렛보일러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중 또 다른 한 곳인 경동나비엔은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양측이 합의하면 따르겠다며 사업을 정리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목재펠릿보일러 시장은 전체 규모가 2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진출한 대기업이 막강한 영업력과 자금을 내세우며 어렵게 중소기업이 닦아놓은 시장을 뒤흔들면서 중소기업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목재펠릿보일러를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한국산업로공업협동조합(이사장 채혁)이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해당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양측의 의견수렴을 통한 합의 도출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 조정협의체 간담회가 3번이나 개최됐으나 원점에서 변화가 없다.

이번 조정협의체 3차 회의에서도 귀뚜라미 측은 ‘절대 수용불가’라는 기존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기술수준은 뛰어나지 못하면서 막강한 영업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그동안 중소기업이 일궈놓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적합업종 선정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일환으로 2008년 목재펠릿보일러 시범사업에 나서면서 45개 중소기업이 시장에 참여했으나 대기업이 뛰어든 후 지금은 대부분 영업을 접고 겨우 3곳만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 간 품질·성능 등 기술수준 격차는 없으며, 대기업이 진출할 만큼 시장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품목도 아니고, 제품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많은 금액의 설비투자가 진행돼야 하는 산업도 아닌 것으로 제시됐다.

조정협의체 4차 회의는 오는 6월 13일로 예정되어 있다. 동반성장위원회 담당자는 “조정협의체 회의는 합의를 이끄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기간이나 몇 차례 회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된 것은 없다”면서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었지만 더 이상 견해차를 줄일 수 없다고 판단되면 실무위원회에 해당사안을 넘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과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에서는 또 다시 양측이 제시한 자료와 의견을 들은 후 해당사안을 반려하거나 조정안을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시하게 된다.

이어 의결권을 가진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청 사업조정제도에 올려 최종적으로 법적 집행력이 있는 권고안이 결정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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