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 정부의 규제개혁 관련회의에 가면 종종 ‘나쁜규제’, ‘착한규제’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듣곤 한다. 나쁜 규제는 국내 기업이나 산업의 발목을 잡거나 비용을 초래하고 국가의 경제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런 규제는 해충을 박멸하듯 발견하여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 나쁜 규제라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 정말 악당처럼 그렇게 나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선 중앙이나 지방정부가 규제를 만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자연이든 인문이든)을 조성하기 위한 경우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행복추구권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자연일 수도 있고, 기업이나 정부일 수도 있고, 그저 타인이나 그 행위일 수도 있다. 특히 기업 등 법인의 우선순위는 이윤극대화이며 도덕적 고려를 기대할 수 없기에 기업의 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행복추구를 위해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되고, 이러한 규제는 기업에게 추가적인 비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둘째, 인간의 경제행위에 대한 룰(rule)을 규정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 다양한 참여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일정한 규칙(소유권이나 거래 규칙)이 없다면, 온갖 사기와 눈속임임이 점철될 것이다. 태권도나 권투 등 격투기에서 규칙 없는 경기를 생각해보자. 이는 여느 길거리 싸움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특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이곳에서 정당한 경제행위가 이뤄지기 위해서도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규제는 시간이 지나도 그 존재가치가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다. 사회의 가치가 변하고 국민들 사이에 자생적으로 규범(Norm)이 생기면 규제는 자연스럽게 없어지거나 적절하게 수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의 규제개혁은 기존 규제를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가 무조건 경제행위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규제는 생성 당시 그 탄생 배경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부분에 대한 지나친 경제행위를 막기 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기존 규제를 평가할 때는 생성 당시 보호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이었으며, 그 가치가 해당 규제를 통해 원만하게 잘 보존되고 있었는지를 우선 평가해야 한다. 규제를 줄 세워 놓고 무턱대로 처내려 가는 방식은 당초 규제를 만든 취지와 목적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부처별 비교를 통해, 어떤 정부 부처는 다른 부처에 비해 왜 그렇게 규제가 많느냐는 식의 ‘양적 비교’는 더더욱 위험하다.

규제는 기업에게 비용이다. 기존에 비용으로 계상되지 않던 부분들까지 비용으로 포함시켜야 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정부에게 규제를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법인으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주장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사회적 책임(CSR)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이 무턱대고 규제를 없애달라고 주장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기업이 토로하는 규제에 대한 진정한 애로사항은 첫째, 동일하거나 유사한 대상에 대해 여러 부처 혹은 중앙과 지방자치 단체가 중첩하여 규제를 한다는 것이며, 둘째 정부 부처가 규제를 설정하고 이를 시행하는 공무원들이 일정한 힘(혹은 권한)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한다는 부분이다.

따라서 정부의 규제개혁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꼭 준수해야 한다. 첫째, 기존에 설정된 규제가 현재까지 당시의 설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보호되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지나친 규제가 설정되어 있지 않은지, 특히 중앙과 지방 정부, 정부부처별로 중복성이 있는지를 재차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원스톱서비스로 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규제를 시행하는 공복(公僕)인 공무원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다는 자신의 힘과 이익을 위해 규제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쁜 규제니 좋은 규제니 하는 것을 판가름 하는 기준이 기업의 경제 활동을 방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면, 이 세상에 좋은 규제는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우선순위가 무턱대고 잘살아 보자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위협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앞으로 규제개혁의 방향은 온통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맞춰질 것이다. 정말 좋은 규제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규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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