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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유럽發 사회책임 정보공개 의무화와 우리의 대응
"환경·사회·인권·반부패 정보로 기업 재평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및 참여보장이 리스크 낮춰
[321호] 2014년 04월 28일 (월) 07:40:35 황상규 편집위원(SR코리아 대표) lsb@e2news.com

   
[이투뉴스]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은 동전의 양면이다. 지속가능경영은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경영을 하겠다는 선언이며, 사회책임경영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큰 흐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경영 차원으로 접목시킨 것이다.

역사적으로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의 발전 단계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점은 법제화의 여부일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진도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져 경황이 없을 즈음, 유럽연합(EU) 의회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의회는 지난 15일 일정 수준 이상의 대기업 및 그룹에 대하여 환경·사회·인권·반부패 등 비재무(non-financial) 정보 및 이사회의 다양성(diversity)에 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지침. directive)을 통과시켰다. 유럽의회 지침은 EU의 법에 해당한다. 그동안 소수 국가가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통한 정보 공개를 법제화한 사례는 있지만, EU 차원에서 이를 법제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0인 이상 기업 CSR정보 의무적 공개
이 지침에 의하면, 종업원수가 500인을 넘는 기업들은 환경문제, 사회 및 피고용 측면, 인권존중, 부패 및 뇌물 방지 이슈와 이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정책과 위험 및 결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정책이 없을 경우 공식적인 설명과 해명을 해야 한다.

앞으로 이 법안 시행되면 은행 및 보험사, 그리고 각 회원국이 사업과 규모, 직원수 등을 감안해 지정하는 기업들은 정보공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다만 법안은 기업들이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방법은 유연성을 두고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기업은 자체 판단에 따라 적절한 범위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비재무적 정보공개를 할 경우, 기업이 준수해야 할 항목을 열거한 뒤 각 항목별로 정책을 표명하고 실사를 통해 드러난 위험요소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사회책임 항목별로 보다 체계적인 접근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ISO26000과 UN글로벌컴팩트 등 참조 권고
이 지침은 제도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몇 가지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UN글로벌컴팩트, ISO26000, 독일지속가능성규정(code) 등을 예로 들면서 기업들이 적절하다고 고려하는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사용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동안 자주 인용되어온 GRI 가이드라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세부 실행 계획이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 지, 우리 기업들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비재무정보를 제대로 수록하고 있는지는 의문을 낳고 있다. 제대로된 정보 공개를 위해 체계적인 실사과정을 거쳐 리스크 분석을 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현대차·한전·포스코도 리스크 예상
그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도출한 국내 주요 기업의 비재무적 측면의 개선과제를 간단히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삼성전자는 무노조 방침 철회, 노동기본권 보장 등에 대한 압박이 예상된다. 또 산업재해 직업병 대책과 환경안전사고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재무상으론 순환출자 구조 개선과 부패 방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과제가 만만치 않다.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문제와 차별문제, 배임·횡령·비자금 등 부패방지 노력, 소비자 안전과 제품 리콜 문제 등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대 에너지공기업인 한전은 사회적 갈등 해소부문에서 신경을 써야한다. 에너지와 온실가스 저감 노력은 물론 발전소 입지 및 송전선로 갈등, 납품·하도급 및 직원 비리 문제를 해소하고 보고서 작성에 대비해야 한다.

에너지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한다. SK에너지의 경우 에너지 및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정유사간 불공정 담합 행위 근절, 순환출자 구조 개선 및 부패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LG전자는 비정규직, 폐가전제품 재활용 책임 강화, 제품안전과 소비자 보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는 에너지·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인도 오리사주 제철소 환경·인권 현안을, GS칼텍스는 정유사간 불공정 담합 행위와 환경오염 사고에 대한 대책과 이에 대한 사측의 해소노력을 요구받게 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공기업,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나라도 이제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의 역사가 10년을 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오해와 왜곡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유럽발 비재무정보 공개 의무화에 즈음하여 유럽에 법인을 두고 있는 기업이나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도 비재무 정보 공개 요구가 높아질 전망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과제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가능보고서는 홍보용 책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속가능보고서는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정리하여 사회에 보고하는 것이다.

지속가능보고서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과 위기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함으로써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좋은 내용만 실어서는 사회와의 소통이 단절되어 궁극적으로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둘째, 각 조직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중대성(materiality) 평가라 하는데, 이는 수행하는 기관이나 조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중대성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회사)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소통을 끌어내는 일이다.

중대성 평가은 일반적으로 지배구조(G), 인권(HR), 노동(L), 환경(E), 소비자(C), 공정운영(F), 지역사회(C) 별로 이슈가 되는 사항을 도출해 내야 하며, 내부 실사 과정을 거쳐 위험요인도 분석해 낼 필요가 있다.

셋째, 균형잡힌 보고와 제대로된 검증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보고에서 검증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검증과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소통을 위한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검증을 위해서는 검증기관의 이해상충을 피해야 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긍정적인 내용과 함께 부정적인 내용도 동시에 보고하도록 균형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경영의 시대, 핵심은 참여와 소통
유럽연합 의회는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ISO26000)'은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의 근본은 이해관계자를 규명하고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영원한 숙제인 이해관계자 규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로 더 많이 듣고, 소통하고 응답(feedback)하는 조직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가 시켜서 하는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 철저한 실사 활동을 능동적으로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

기존의 주주중심의 경영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으로 이미 경영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고, 앞으로는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대중들의 호감을 얻고 오래도록 발전해 갈 것이다.

황상규 hwang@SRKorea.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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