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석유 거래->경쟁 촉진->유가 인하 선순환
전국 각지 거래가 실시간 확인, 최근 100건까지 가능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거래 현황판을 주시하고 있다.

[이투뉴스]지난 22일 오후 5시 40분 부산광역시 동구 한국거래소 본사 석유시장운영팀.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를 총괄하는 운영팀에서는 직원들이 저마다의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모니터 안 석유 전자상거래 시스템에서는 지금 이시간 전국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거래시스템(K-PTS) 초기화면에 1000번을 입력했다. 곧바로 '종목별 시세현황'이 나타났다. 각 지역별 휘발유·경유의 거래가가 고가와 저가로 정리돼 있다. 또 전일 종가도 나와 한눈에 현재 전 지역의 가격 상황, 변동 내역이 보인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거래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장상황을 살펴보고 언제든지 바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수입사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경유-자가상표-서평택 종목(위에서 두 번째 줄)은 오늘 높게는 1520원, 낮게는 1514원에 거래가 체결돼 있다. 또 판매희망가(매도최우선호가) 1515원과 구매희망가(매수최우선호가) 1514원이 서루 다투며 거래를 기다리고 있다. 배가 드나드는 바다 근처에 있는 서평택은 수입사들이 많아, 공급자가 경쟁이 심한 탓인지 경쟁도 치열하고, 가격도 타 지역에 비해 상당히 낮다. 서평택의 현재가는 타 지역에 비해 적게는 20원에서 많게는 50원이나 저렴하다. 

'경유-자가상표-서평택' 종목을 두 번 눌렀다. 매도/매수잔량을 비롯해 가격별로 준문수량이 나와있다. 거래가 이루어진 시간별로 거래수량과 누계수량도 보인다. 왼쪽 하단에 있는 경유-자가상표-서평택 종목에서 거래된 최근 8개 내역이 나온다. 모두 1514원으로 각 거래별 체결 수량이 2만 또는 4만리터고, 마지막 거래인 오후 5시까지 이날 하루 경유-자가상표-서평택 종목의 누적 경유 거래량은 112만리터다.

화면 오른쪽에는 현재 시간 매도와 매수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매수, 매도자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 상단 파란바탕의 매도 희망자 자리에는 1515원, 1520원에 거래를 희망하는 매도자가 있다. 1515원의 희망자는 2만리터를, 1520원을 희망하는 매도자는 30만리터를 판매희망 물량으로 올렸다. 

함께 보던 이승한 한국거래소 석유시장운영팀장은 "현 시세가 1514원임에도 희망가를 1520원으로 올린 매도자는 당장 판매할 생각이 아니다"라며 "매도잔량은 내일 그리고 그 다음날로도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추후에 매도물량이 사라지고, 급하게 구매하려는 사람이 생길 때 팔면 된다. 리터당 6원씩 30만리터면 18만원이나 이득이다. 물론 30만리터를 한번에 판매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전자상거래 거래 최소 단위는 2만리터다.

이 팀장은 "서평택의 치열한 경쟁상황은 인천과 수도권을 비롯해 군산, 목포, 여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부산을 중심으로 온산과 대구권에도 당연히 참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석유제품 시장의 유통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을 계획해, 발표했다. 석유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해 가격인하를 이루겠다는 목표인 것이다.

이듬해인 2012년 3월, 석유 전자상거래가 개설됐다. 석유 전자상거래 등장 후부터 업계에서는 조금씩 주유소와 정유사의 기름 거래에 전자상거래 가격이 지표가격 역할을 한다는 얘기가 퍼져 나왔다. 주유소가 정유사 대리점에서 기름 구매 시 전자상거래 내 가격을 살펴, 현 시세를 얘기하며 터무니 없는 높은 가격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이같은 말에 "전자상거래의 실시간 거래정보들이 보다 많이 참조되고 활용됐으면 좋겠다. 보다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참여해 투명하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석유시장이 빨리 구축되기를 기대한다"며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화면을 조금 더 세밀히 살폈다. 우측 상단에 조그맣게 '엑셀', '인쇄' 표시가 있다. 엑셀 버튼을 눌렀다. 곧 '쭉~'하고 오늘 체결된 거래정보가 100개나 나온다.

정유사 대리점을 통해 거의 일방적으로 가격 통보를 받아오던 주유업계에서 목말라하던 투명성이 석유 전자상거래에서는 전혀 희귀하지 않다.

이 팀장은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수록 당장의 활용가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과거 실적을 통해 이후 가격 예측도 할 수 있다"며 "이같은 원리를 활용해 석유시장을 직접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 돼보라"고 권했다.

[인터뷰] 정석호 한국거래소 일반상품시장 부장

인센티브는 전자 상거래의 '마중물'…연장 필요
석유현물시장 활성화 측면선 오일허브와 맥닿아
 
 

 석유 전자상거래 개장 후 벌써 만으로 2년이 넘었다. 정석호 한국거래소 일반상품시장 부장은 "석유 전자상거래는 개설초기(2012.3~2012.6), 인센티브 초기(2012.7~2013.6), 정유사 참여 이후(2013.7~2014.3)의 3개 기간으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각 기간이 어떻게 다르나.
초기 적응 단계를 거쳐, 2012년 7월 정부가 시장활성화를 위해 참가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결정 후 석유 전자상거래의 거래량이 개설초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해 일평균 약 32배 증가 했다. 지난해 7월은 인센티브가 크게 축소됐지만, 정유사의 참여로 거래량이 늘었다. 반면 참여 주유소의 다수를 차지하는 전량구매공급계약을 맺은 주유소가 거래제한 됨으로써 매수기반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석유 시장 내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석유 전자상거래, 중간 평가를 한다면.
 ->경쟁촉진을 통한 유가인하는 석유전자상거래의 설립목적 중 하나다. 이는 전자상거래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유는 정유사, 수입사 및 대리점이 모두 매도자로 참여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전자상거래 월평균 가격이 정유사의 장외공급가격 대비 ℓ당 36.1원 저렴했다. 이는 인센티브 총액인 ℓ당 20원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효과로 볼 수 있다. 휘발유 또한 경유에 비해 폭이 다소 적지만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정유4사 참여 후 석유 전자상거래 내 정유사의 비중이 늘고, 거래 가격도 상당히 올랐다.
->정유사의 본격적인 참여로 매도자 및 전체 거래량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정유사폴 주유소의 거래 제한으로 매수기반 약화와 정유사의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가격은 전체 전자상거래 가 소폭 상승은 아쉽다. 지난 3월 정유사의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ℓ당 1558.1원과 1772.1원으로 타 공급자 공급가격 평균인 1532.5원, 1751.8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정유사의 장외 공급가격과 비교하면 전자상거래 가격이 장외 공급가격보다 저렴하다. 정유사가 참여한 지난해 7월부터 3월까지 평균 경유 17.25원, 휘발유 2.75원이 각각 저렴해 전자상거래의 가격인하 효과는 정유사 참여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 주유소의 참여를 배제한 가운데 석유전자상거래 활성화 방안이 있나. 
->대부분의 주유소가 전자상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혼합판매 활성화 여건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실 혼합판매는 이미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관행이다. 정유사는 '제품교환' 형태로 타 정유사가 생산한 석유제품을 전속계약 주유소에 공급하고, 주유소는 소위 ‘샛밥’이라는 관행을 통해 타 정유사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2012년 9월 혼합판매 표준계약서가 확정 됐지만, 아직 혼합판매계약으로 전환한 주유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혼합판매가 일반화되기 위해 혼합판매 전환사례를 도출하고 전환 주유소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정부의 지원 및 정유사의 대승적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석유전자상거래는 석유시장의 투명성, 공정성 제고가 주목적이다.
-> 석유 전자상거래는 다수의 참가자간 경쟁을 통해 형성된 가격이 실시간으로 시장에 공표되고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장외시장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전자상거래 도입 이전에는 정유사 과점체제인 국내 석유시장에서 정유사 가격의 객관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가격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시장의 수급을 반영한 전자상거래 가격은 가격 형성의 공정성 및 투명성으로 인해 석유시장 기준가격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6월 30일 수입부과금 환급혜택이 일몰된다.
->시장이 본궤도에 진입할 때까지는 수입부과금 환급기간이 연장돼야 한다. 비유하자면 인센티브는 펌프의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써 개설 2년밖에 안된 현재 시점에서 마중물 없이는 물을 더 이상 퍼 올릴 수 없다.

인센티브 종료에 따른 시장위축시 다시 회복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 동안 수입부과금 환급에 따른 정부예산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개설 및 운영에 투입된 자원의 매몰화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부과금 환급은 당연히 연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석유현물시장 활성화가 동북아오일허브의 성공적 구축을 지원하는 선결과제에도 부합해 당분간은 중단 없는 정책 일관성을 기대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석유제품 공급자와 수요자가 경쟁적으로 시장에 참여래 거래함으로써 유가를 안정시키고 석유제품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할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해 국내 현물시장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발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는 석유현물시장 활성화라는 동북아 오일허브의 선결과제로서의 의미도 크다.

▶지난 2년 간의 보람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유사 과점체제 하에 기준가격이 존재하지 않았던 국내 석유시장에서 시장의 수급을 반영한 전자상거래의 도입으로 석유시장의 기준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거래량 또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 소비량의 일정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다만, 혼합판매 양성화가 해결되지 않고 석유 유통시장의 숙제로 남아있는 점이 제일 큰 아쉬움 이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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