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 금지 법안 재검토 여론 확산

[이투뉴스] 미국내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자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미국 휴스톤과 나머지 걸프만 지역에서 정유 공장들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는 원유생산으로 공급과잉 사태를 맞고 있어서다.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휴스톤을 중심으로 서부의 뉴 멕시코와 동부 알라바마 주까지 이어지는 지역의 원유 비축량은 지난 4일 기준 1주당 2억200만배럴까지 증가해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신규 송유관이 셰일암석에서 뽑아낸 최고 품질의 경질원유를 운반하고, 미국에서 원유 수출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이 곳의 원유 저장 탱크들은 포화상태에 처해 있다.

더욱이 미국내 항만사이로 원유를 수송하도록 허가받은 13개 선박들은 이미 가득 찬 상태다. 원유 선박 수송 시 미 국기가 달리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미국인이 소유한 배만 허용한다는 '존스 법안'으로 원유 수송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 수송 연구소인 마카이 마린 어드바이저 LLC의 제프 맥기 창업주는 "경질스윗원유를 수출할 수 없어 쌓여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축량 과잉으로 인해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브렌트 유가보다 올해 하반기 배럴당 13달러 싸게 거래될 것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망했다. EIA는 유가 차이가 9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총 원유 생산량은 이달 초 하루 823만 배럴에 달했으며 1988년 5월 이래 가장 높았다.

◆1975년 수출금지법 제정
미국은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조치로 오일쇼크를 겪자 1975년 대부분의 원유 수출을 막는 법을 마련했다. 예외적으로 캐나다에는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생산량의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존스 법안과 1975년 원유 수출 금지법안 모두 근시일내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해원 노조들과 미국 수송 회사들은 존스 법안이 미국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미 입법안자들도 이 법안의 기한을 단축시키기보다는 연장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상임위원인 리사 머코프스키 알래스카 주 상원의원(공화당)은 원유 수출 금지법 철회를 요청한 엑손모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는 자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유 물량이 과잉 공급될 경우 원유 가격을 하향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은행인 BNP 파리바의 해리 칠링궈리언 상품시장 부장은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법은 걸프만에 쌓이고 있는 비축유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존스 법안는 걸프만에서 과잉 생산되는 원유를 다른 지역에 보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94년 전 제정된 존스 법안에 따라 전 세계 2400여대 선박 중 13개 선박 만이 미국내에서 원유를 실어나를 수 있다. 원유 재고량 과잉은 2분기 부터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됐다. 정유사들이 여름철 수요를 맞추기 위해 휘발유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IEA와 EIA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걸프만에 있는 정유소들은 지난해 하루 792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했다. 이는 2012년 중국 소비량의 80%에 달하는 양이다. 이 지역의 정유 공장은 이달초 하루 16만700배럴 늘어난 822만 배럴을 처리했다.

◆수입량은 감소…원유 수출 재개 여론 비등
원유 비축량 증가는 원유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원유 수입은 199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줬다. 또한 미국 정유사들은 하루 310만 배럴의 휘발유와 디젤, 기타 석유 제품 등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석유 제품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 석유·가스 산업을 대표하는 석유검정협회는 원유 수출 제한을 풀기 위한 반규제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 1975년도 수출 금지법을 폐기할 경우 미국은 하루 1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할 수 있으며 원유 수출국 10위 안에 들 수 있다고 JBC 에너지 컨설팅 회사는 추산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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