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변화 분석 및 일관된 전략으로 주력 회사 양성해야

 연구흠 한국석유공사 E&P동향팀장 

[이투뉴스] 석유자원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지탱하는 주된 에너지원이자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전략물자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석유자원은 지정학적인 돌발사태, 투기, 경제환경의 급변에 따라 비정상적인 상황에 수시로 노출되면서 국제적인 위기를 불러 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70년대에 닥친 1차 및 2차 오일쇼크가 있으며, 당시 돈이 있더라도 원유를 구할 수 없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서 국가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외국에서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주요 에너지인 원유와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과 비상사태 대비를 목적으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설립하여 대응하고 있다.

최근 석유산업 상류부문(E&P)의 사업환경은 전례 없는 도전과제에 직면하는 한편 사업기회가 창출되는 등 급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2013년 10월 대구에서 개최된 대구세계에너지총회에서 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안정적이고 확보가능하며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갖춘 에너지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직면과제로 에너지 삼중고를 제시하였다.

에너지 삼중고(trilemma)란 에너지 안보, 에너지 형평성, 환경 지속가능성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긴밀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의 실행, 장기투자를 위한 안정적인 규제 및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 RD&D와 혁신의 활성화를 위한 공공 및 민간의 이니셔티브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지속가능지수는 27위이나, 국가 에너지 안보 분야는 61위로 매우 취약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석유시장은 1970년대 이전까지 메이저 석유회사가 주도해 오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 국유화가 진행되면서 산유국 국영석유회사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그러나 1980년대, 1990년대에 낮은 유가로 인해 신규투자가 부진해지면서 다시 메이저 및 독립계 석유회사들이 석유시장을 주도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원유 수입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아시아 국영석유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안정적인 원유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남미 지역과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신자원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신자원민족주의는 산유국들이 1970년대 전면 국유화를 추진하면서 외국 석유회사의 완전 철수를 요구했던 것과는 달리 부분적인 국유화, 선택적 개방, 계약형태 및 계약조건 강화를 통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2000년대 들어 손쉬운 발견과 접근이 가능했던 석유시대가 막을 내리고 극한의 조건에서 석유를 찾아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대형 성숙유전들의 생산량이 정점을 지나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등장한 방안이 원유회수증진기법(EOR) 도입이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약 3000억 배럴의 원유를 추가 회수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비전통 석유자원의 확보를 위해 심해, 극지방, 오지 등 프런티어 지역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등 비전통 석유자원 개발이 급부상하면서 '셰일가스 혁명'으로 전 세계 에너지 판도가 변화되고 있다. 석유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숙련된 기술인력 부족현상으로,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이들의 숙련된 경험이 젊은 세대에 전수되지 못하고 있어 부족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000년 이후 대규모 신규발견성과를 달성한 기업들은 메이저 등 거대 석유회사가 아닌 Anadarko, Noble Energy, Apache, Tullow, BG그룹 등 독립계 석유회사들이다. 주로 브라질, 호주, 미국 멕시코만 등 심해지역에서 대규모 발견이 이어지고 있으며, 신규 발견된 자원량의 4분의 3 이상이 1,500m 이상의 심해에서 발견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모잠비크와 앙골라, 알제리, 브라질에서 대규모 석유가 발견되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탐사비용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다른 상류부문의 특징으로는 미국 발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인수합병이 2012년을 정점으로 2013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수합병을 주도해왔던 북미지역에서 거래규모가 급감하였는데, 석유회사들이 인수한 자산의 개발과 탐사에 자본투자비를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심해지역 탐사는 지속적으로 활기를 띌 전망이나, 현재가 정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가 탐사성공확률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현재 고비용과 환경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극해의 석유자원 개발은 대륙붕과 대륙붕사면에서 탐사활동이 점차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기술 적용을 통해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치밀가스 및 치밀오일, 셰일가스 및 셰일오일에서도 탐사성공확률이 높아지면서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막대한 석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들 대부분이 정정불안상황을 겪고 있어 석유개발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석유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이란과 멕시코에서는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일정대로 시장개방 추진이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너지원의 97%를 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인도 등 주변 경쟁국들의 자원개발 전략과 세계 석유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분석하고 석유자원 개발을 통한 안정적인 석유자원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과 일관된 전략으로 석유산업 상류부문에서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주력 회사를 양성하고, 서비스 산업 활성화로 국제 석유시장을 주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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