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1973년 우리나라가 미국과 체결한 한미 원자력협정이 41년간의 시한을 끝내고 19일부터 새로 2년간 연장된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한 절차를 마무리지었으며 우리 정부도 6일 차관회의 상정과 국무회의 등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가 나는 대로 정식으로 처리된다. 양국은 향후 2년간 협상을 통해 새로운 원자력협정을 마련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협상기한 연장이전에 우리 정부는 날로 포화되고 있는 원전 폐기물 처리를 위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기술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원자력협정의 시한이 다가오자 협정기한을 2년 연장한다는 봉합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베트남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비확산 원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농축과 재처리를 반대하면서 베트남에게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협정문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로 불리는 농축과 재처리에 관해 명백히 규정하지 않은 것은 2030년까지 5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 원전시장을 경쟁국인 러시아 등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미국이 원자력협정의 유효기간을 아예 ‘영구히’로 못박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파만파가 일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현행 원자력협정에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항이 있으며 이 조항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구적용’ 조항이 신설될 경우 앞으로는 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논의조차 원천봉쇄된다는 것이다.

원자력협정 개정문제는 고도로 정치적이고 복잡다단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원자력연료를 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방적으로 우리 주장만을 대놓고 내세울 수 만도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과거 핵무기를 만들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도 툭하면 핵주권론이나 핵무장론을 내세우는 바람에 핵무기 확산을 막아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쉽게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즉 한국에 대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면 다른 국가들도 일제히 나서서 이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북한에 대해서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국제사회에서 ‘핵무장 시도국가’로 인식될 공산이 없지 않아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연구중인 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을 미국 정부의 사전 동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를 두고 한미 양국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원자력협정은 뭐니뭐니해도 양국간의 신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신뢰를 얻도록 조용하면서도 집요한 설득을 벌여왔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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