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지방에서 이글루를 짓고 사냥하면서 사는 에스키모족이 에어컨을 산다는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에스키모족이 사는 캐나다 퀘벡주의 쿠자크 마을 사무실에 에어컨 10대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에스키모족 권리운동가인 실라 와트-클루티에는 “북쪽 먼 곳에서도 에어컨을 가동할 시기가 왔다”며 “에스키모의 집은 추위엔 강하지만 지금처럼 기온이 더워지면 잘 ‘숨을 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이 마을의 기온은 섭씨 31도까지 치솟았다. 컴퓨터로 불어오는 먼지를 여과하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지만 에스키모가 사는 북극 인근 마을도 지구상 다른 곳처럼 지구온난화의 탓에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로 점점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열을 가둬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가스를 방출하는 발전소, 공장, 자동차 등이 증가하면서 폭서, 가뭄, 홍수 같은 기상이변이 생기고 해수면 높이가 21세기에 1m는 높아질 것이라고 유엔에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구온난화는 일상 생활 뿐만아니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올라가면 맥주, 선탠 로션, 얇은 옷과 수영복, 에어컨 제조, 오픈 카 등 다양한 산업분야가 영향을 받는다.

 

농업은 극지방에 더 가까운 곳에서 가능해질 것이며 재배 작물도 바꿔야 한다. 또 저지대의 스키휴양지는 눈이 부족해서 손님이 점점 없어지고 기존에 유명했던 해변은 너무 더워져 사람들이 외면하는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관광산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

 

미국 플로리다처럼 해안에 사는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이 커져 보험료를 더 내야 할 지도 모르고 그동안 더위를 몰라 열을 가두기만 했던 추운 지방 집은 여름엔 열을 잘 방출할 수 있도록 설계를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이나 맥주 제조사 같은 회사는 지구온난화 덕을 보겠지만 패션이나 건강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각 산업분야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예측해 유연하게 변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에어컨이 많이 설치되면 에어컨 가동에 쓰이는 전기가 필요한데 이 전기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를 연소해야 나온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에서 살아 남으려다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는 꼴이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한 연구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풍력 발전 또는 에너지 절약에 맞춰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