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World Smart Energy Week 2014]
가격은 중국산, 브랜드 인지도는 일본에 밀려
한국산 제품만의 경쟁력과 전략 자문해 볼 때

int'l smart grid expo 전시관 전경

[이투뉴스] 28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 'World Smart Energy Week 2014' 전시장. 서울 코엑스의 서너배 규모인 전시장 일대가 오전부터 밀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틀전 개막한 이 행사는 이날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태양광, 풍력,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 등 8개 분야 전문 전시회와 컨퍼런스로 구성된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1500여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주최 측 추산 8만여명의 참관객이 몰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재생에너지 등 미래에너지 보급에 박차를 가하면서 모처럼 대목장이 섰고, 이 시장을 놓칠새라 전 세계 산업계와 바이어의 이목이 이번 전시회로 집중된 영향이 컸다. 보호무역으로 자국산업 챙기기에 나선 유럽이나 비교 우위 가격경쟁력으로 입성을 불허하는 중국에 비하면, 일본은 전 세계 산업계에 분명 매력적인 시장으로 비쳐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일찍이 이 시장에 안착한 일부기업을 제외하고 기술과 품질에선 유럽과 일본기업에 밀리고, 가격에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기업에 뒤처지는 '넛크래커(Nut Cracker)' 신세를 절감해야 했다. 어정쩡한 국내 산업의 위상은 우선 태양광(PV Expo 2014) 분야에서 도드라졌다. 

일본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현지 시장은 정부의 발전차액지원제(FIT) 시행에 힙입어 지난해 7GW 시장을 형성했고, 올해는 10GW를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장이 된 이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생각보다 비좁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가격은 일본산보다 저렴하지만 중국산보다는 비싸고, 품질이나 인지도 측면에선 아직 일본·유럽 브랜드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얻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7GW 시장의 절반 가량은 교세라, 샤프, 파나소닉(옛 산요), 솔라프런티어 등 일본기업의 차지였다고 한다. 이들은 외산 대비 매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내 정서와 자국 모듈을 사용한 발전사업에 1%대의 파격적 파이낸싱을 제공하는 금융권 덕분에 어렵지 않게 안방시장 수성이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전시회에 참가한 해외기업 한 CEO는 "주택용이 1.5~2GW에 달하는 일본의 경우 소비자가 가격만을 보고 굳이 외산을 고집하지 않는데다 금융비용이 절대적인 상업용 대규모 발전사업도 파이낸싱 조건이 월등한 일본산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가격이든, 브랜드든 분명한 강점을 갖고 얼마나 틈새시장을 파고드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CEO는 외산기업중 드물게 일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캐나디안솔라와 한화를 예로 들며 "캐나디안은 가격은 중국과 동급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중국산과 거리를 둔 점이 주효했고, 한화는 썬텍 파산 이후 태양광 전업기업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큐셀 인수로 브랜드 가치를 제고했다"며 "나머지 한국기업들은 '우리의 메리트는 무엇인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v expo 2014 전시관내 큐셀 부스

미쓰비씨, 히타치, 가와사키, 에너콘 등 일본기업들과 독일 지멘스가 어깨를 맞댄 풍력관(Wind Expo 2014)에서도 한국 풍력산업이 향후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져갈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뒤늦게 풍력발전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후쿠시마 해안에서 약 20여km 떨어진 해안에서 그간 2MW급 부유식 해상풍력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벌여온 일본은 올해 같은 장소에 7MW급 세계 최대 부유식 풍력터빈 2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미쓰비씨 중공업, 히타치, 마루베니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성이 확인되면 이 일대에 수백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앞서 같은 기술 상용화에 나선 노르웨이와 스페인, 영국 등을 앞질러 부유식 풍력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손충렬 세계풍력에너지학회 부회장(목포대 석좌교수)은 "내년쯤이면 일본의 잠재력이 드러날 것"이라며 "틈새시장을 치고 나가는 전략은 우리가 보고 배울 점"이라고 호평했다. 

손 부회장은 "풍력은 수많은 부품의 조합이어서 이론만으론 실현이 어려운 영역"이라면서 "긴 안목에서 인식을 제대로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부품 소재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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