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시장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암암리에 일고 있다. 정부는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성을 앞두고 전력 판매시장을 개방함으로써 한전에서 떼어내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공기업이 갖고 있는 비효율을 없애고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전력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목적. 정부는 이를 위해 이미 작년 9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전력산업 발전 방안’이란 용역을 발주했으며 결과 보고서 제출이 사실상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공기업인 한전을 건드려 긁어 부스럼을 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용역 결과 보고서를 늦출뿐 아니라 이를 발표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적은 7~8월 이후로 연기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철도와 의료 선진화 과정에서 큰 저항을 받은 정부가 전력 판매시장에 손을 대려 할 경우 민영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의 이같은 비밀주의 혹은 쉬쉬하는 방식의 전력산업 판매시장 개방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판매시장 개방이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근간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2000년 국민의 정부 시절 마련돼 진행되다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유야무야된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밀접하게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는 2000년까지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고 연구용역을 거친 끝에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고 2001년에는 발전회사의 경쟁체제 구축을 우선 실현하기 위해 발전부문을 한전에서 떼어내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발전 등 5개 화력발전사를 설립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일정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에는 배전분할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노조의 거센 반발로 지금까지 어영부영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판매시장 개방을 들고 나온 것은 전말이 전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정부는 우선 판매시장 개방을 논의하기 전에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시작된 이래 지난 10여년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과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연구용역을 의뢰함으로써 정밀한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즉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먼저다. 물론 거기에는 국민에게 충분히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대한 공과를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전력 판매시장의 개방은 물론 전력산업의 발전에 관한 폭넓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다.

이번 모색이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전력산업 발전 방안을 찾으려다 발전자회사들을 공공기업으로 지정하는 결과로 끝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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