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으로 누적적자에 시달려온 한국전력공사가 5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소폭의 흑자로 전환했다. 아직도 원가보상률이 9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년 흑자로 돌아선 것은 그나마 근년 들어 몇 차례 전기요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투자해야할 송변전 설비를 미뤄온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꼭 써야할 돈을 안 쓴 것이다. 비록 경상경비가 한국전력 전체 지출의 3% 미만이지만 마른 수건 짜기 식의 고강도 경영긴축도 한 요인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작년에는 약간의 흑자를 보였지만 2008년부터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로 인한 한전의 누적적자는 11조2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최대의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전 자체의 신용에도 좋지 않다.

신용이 높지 않으면 해외 공사 수주 등에서 불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감점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조달금리 또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설비를 100% 넘어 풀가동하면서 생긴 송변전 시설의 피로현상이다. 전력수요가 그동안 줄곧 늘어오면서 발전설비는 그런대로 뒤따라 왔지만 송변전 설비는 그에 걸맞게 확충되지 않은 게 큰 문제. 발전소의 전기생산이 공장이라면 송변전 설비는 생산된 제품을 소비지에 수송하는 물류격이다.

우리가 3년전에 겪은 9·15 정전대란이 공장의 생산부족으로 일어난 현상이지만 앞으로 물류 즉 송변전 설비의 고장으로 얼마든지 그와 같은 전력난을 겪을 소지가 상존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 들어 한전의 최고경영자가 민간 업계에서 연달아 발탁되면서 송변전 설비 확충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았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민간 출신의 CEO는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만은 효율과 생산성만을 지향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장 빛이 나지 않는 송변전 설비 투자는 등한시했던 게 사실이다. 송변전 설비가 피로현상을 겪으면서 벌써부터 계통과 관련된 정전사고가 매년 200여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력당국의 계통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늘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그동안 순위에 크게 밀려 있던 송변전 설비 투자에 나서야 한다. 한전이 국가대표 공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설비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그만한 동력을 갖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것은 곧 전력요금의 현실화밖에 없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주장한 바 있다. 전체 지출의 3%도 되지 않는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아무리 감축한들 대규모 송변전 설비 투자는 어림도 없다. 전기요금 체계의 현실화 만이 가장 중요한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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