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박근혜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역점 추진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비정상'은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정부패 등을 의미하고, 이걸 바로잡는 '정상화'의 목표는 기본이 바로 선 국가,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 등이다.

지당한 얘기이고, 정부가 이렇게 한다는데야 반기를 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특히 10대 과제로 포함된 공공부문 방만경영·예산낭비 근절, 공공인프라 관리 강화, 공공부문 특혜채용 및 재취업 관행 철퇴 등은 과거 정부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미결과제라 일단 호응이 좋다.

더 의욕적으로 이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데 '비정상의 정상화'를 곱씹으면 씹을수록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비정상'을 단죄하고 정상화시키는 주체(정부)는 과연 '정상'인가 하는 의문이 뒤따라서다.

정상화를 말하기 전에 '비정상'으로 규정한 사안들이 혹시 정치나 정부의 실정(失政), 또는 비정상적 개입에 의한 결과가 아닌지 돌아보고 자기비판부터 했어야 옳다. 정부를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선을 긋고, 금바깥은 비정상이 되는 지금의 정상화는 개혁 대상들에 반발 구실을 줄 뿐이다.

위에선 구정물을 흘리면서 아랫물이 맑지 않은 이유를 들춰내고 정화하겠다는 것과 같다. 위로부터의 개혁과 혁신, 변화가 강조되는 이유다. 이런 의구심을 말끔히 걷어내지 못하면 현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는 정치적 레토릭에 그치고 말 것이다.

에너지 부문만 놓고 봐도 산하기관보다 정부 책임이 더 무거운 '비정상'이 수두룩하다. 에너지는 한정된 재화란 측면에서 단순 경제재보다 공공재로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더 효율적으로, 아끼고 아껴 써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값싸고 넉넉하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만 신경을 썼다.

비싼 값에 수입한 에너지를 선심쓰듯 싸게 공급하다보니 한전 등 공기업의 적자가 눈덩이로 불어났고,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왜곡과 에너지 수입량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빚어진 것이다. 기업과 국민 눈치만 보면서 가격현실화를 미적이면 안된다.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도 힘들다.

특히 전체비용의 2% 남짓한 인건비 등을 부채와 방만경영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작심한 정상화라면 에너지가격과 시장에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차피 공기업 부채는 시간차를 두고 국민부담이 된다. 대통령도 이점은 거듭 강조한 내용이다.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를 운운하면서 진영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도 이 참에 정상화 해야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이분법적 선긋기 자체가 또다른 진영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민영화란 맹목적 프레임에 값비싼 갈등비용을 지불하는 현실을 상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반목이 아닌 소통을 매개로 추진돼야 한다. 대화 단절과 대립을 악화시키는 정치와 정책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의 몫으로 전가된다. 소통이야말로 복잡다단하게 얽힌 현 세대의 난제를 풀어낼 유일한 열쇠다. 입이 아니라 귀를 열어야 할 때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