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붐으로 위상 추락한 원유 생산·수송

[이투뉴스]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할 키스톤 송유관 건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승인 결정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양국 석유 회사들이 철도와 선박을 이용한 수송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캐나다 뉴 브런스윅에 원유를 수송하던 기차가 탈선해 화재를 일으켜 150여명의 주민들이 대피야하는 소동이 벌어지자 키스톤 송유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노스 다코타 주민 1500명이 원유 수송 기차 충돌 사고로 화재가 나자 대피했다. 이 사고에 대해 교통부는 노스 다코타 원유는 인화성이 높아 철도로 수송하는데 위험성이 다른 원유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원유 수송 기차가 폭발해 47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사고 뉴스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철도 수송 증가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54억달러가 투입될 계획이었던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은 2008년도에 제안됐으나 미 의회에서 승인되지 못하고 5년째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환경단체들은 키스톤 송유관이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의 주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키스톤 사업이 탄소 오염 문제를 악화시킬 경우 승인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내 원유 생산량 급증, 송유관 건설 필요성 대두

<블룸버그>에 따르면 송유관 건설이 재검토되는 사이 미국은 셰일가스 붐으로 에너지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노스 다코타와 텍사스 주에서 생산된 원유 생산량은 1988년의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원유와 가스 생산량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걸프만 정유 회사들은 하루 8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시설 투자를 했다. 토탈 SA와 로얄 더치 셸 등 멕시코만에 있는 정유회사들은 정유시설 업그레이드에 25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곳에서 원유 공급은 더 이상 쟁점 사안이 아니다. 키스톤 송유관은 무조건 건설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고 있다.

RBN 에너지 LLC의 샌디 필든 전문가는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만약 셰일가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원유 공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토 중인 송유관중 일부인 캐나다에서 미국 네브라스카까지 1179마일(1897km)의 송유관은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멕시코만까지 이어질 키스톤 송유관 길이는 2000마일 정도다.

캘거리 대학교의 밥 슐츠 경영대 교수는 "회사들은 '키스톤이 연결되면 좋지만 안될 경우 철도로 수송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엑손 모빌의 임페리얼 오일 사는 지난달 철도로 원유를 수송하기 위한 적재 터미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최대 적재량은 하루 25만 배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생산업자들도 하루 110만배럴 상당의 원유를 향후 3~5년 동안 철도로 수송하자는 제안에 동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 해보다 약 5배 많은 양이다.

시노버스 에너지사는 지난해 하루 1만1000배럴을 철도로 수송했으며 올해 말까지 하루 3만 배럴로 수송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철도와 바지선은 이 회사의 석유 수출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는 회사는 밝혔다.

◆ 철도수송은 '틈새 시장'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앤소니 스위프트 변호사는 "기차는 키스톤 송유관의 대체 수단은 아니다"며 "특별히 달궈진 철도차가 필요한 오일샌드가 아닌 경질 원유를 수송할 틈새 시장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에 따라 타르샌드 생산자들은 키스톤 승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보고서 초안에 키스톤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일샌드가 송유관 없이도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를 포함한 다른 수단으로 시장에 공급되면서다.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단체들은 키스톤 송유관 건설을 찬성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와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자 에너지 주수입국인 캐나다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면서다.

캐나다 측에서 원유는 연간 700억 캐나다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가장 가치있는 수출품으로 미국으로의 수출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의 스테판 하퍼 수상은 키스톤 사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도 없는 쉬운 결정이라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미국 석유 회사 관계자들도 송유관은 북미의 새로운 석유 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일샌드 등 캐나다의 비전통적 원유 생산은 현재 2007년 대비 71% 상승했으며 캐나다 경제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양국 석유 생산자들은 송유관으로 운반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지만, 선택의 여지 없이 미국의 불확실한 정치적 현실에 맞춰가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에너지 연구소의 피터 하워드 CEO는 "송유관은 여전히 석유를 운반하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며 "그러나 앞으로 5년 정도 단기적 대안은 철도다"고 말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