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차기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진행 중
원자력 역할 강조는 비슷, 신재생에너지 무게감서 차이


       한국…원전 치중·수요관리 부각, 석탄 등 세부전략 미뤄
       일본…3E+1S 기본방침에 국제이슈와 경제적 관점 추가


[이투뉴스] 2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이 최종 확정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전 민관합동 워킹그룹이 내놓은 권고안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원전 비중만 22∼29% 중 꼭지점인 29%(전원설비기준)를 선택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받아들였다. 논란이 컸던 신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1차에너지 기준 11%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만 정했을 뿐 나머지 1차에너지 중 석유 비중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또 가스와 석탄 비중은 어떤 수준에서 결정할 것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심지어 원전 역시 몇 기를 어디에 더 지을 것인지도 함구했다. 모두 올 연말 결정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차 에기본은 국내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없이 현재 드러난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산형 발전 비중을 1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론 신규 원전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어 계획 내부에서조차 충돌할 조짐도 보인다.

공교롭게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3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내놓았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이전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전략을 전면 수정, 원전을 현실적인 전략에너지로 삼겠다는 내용이다. 천연가스의 높은 쓰임새에는 주목하면서도 석유와 석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에너지원으로 규정했다. 신재생 확대정책도 동일하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내용도 많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많아 ‘따로 또 같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많다.

우리나라의 2차 에기본과 일본의 3차 에기본을 비교, 공통점과 그 차이점을 알아본다.

◆한국, 원전+수요관리+분산전원이 핵심
산업통상자원부는 2차 에기본을 내놓으면서 2대 비전과 5대 정책과제를 강조했다. 먼저 비전은 수요관리 강화 및 합리적 전원믹스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과 국민 수용성, 안전, 환경을 고려한 국민신뢰 회복을 제시했다. 정책과제로는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정책 전환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 ▶환경, 안전과의 조화 ▶에너지 안보 강화와 안정적 공급 ▶국민과 함께하는 에너지정책 추진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원전 비중은 29%로 결정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2035년 기준 11% 유지라는 권고안을 그대로 채택했다. 하지만 나머지 석유와 가스, 석탄의 비중과 목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연말 결정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세부전략을 마련하겠다며 미뤄뒀다. 이는 국가에너지 백년대계 성격인 에기본이 전력대책으로 격이 낮아졌다는 비판을 불러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정책 전환과 관련해서는 에너지 세율조정을 통해 에너지가격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가장 눈길을 끈다.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수요관리형 요금체계 도입 등 대부분 ‘미친 에너지 소비(과도한 전기화를 빗대는 말)’를 유도하고 있는 전기요금 현실화(인상)가 타깃이다. 여기에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 확대와 EMS(에너지관리시스템) 도입, 고효율기기 보급, 수요관리시장 활성화도 내걸었다.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은 2035년 전력수요의 15%를 분산형으로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다. 분산전원으로는 대규모 수요처의 자가발전과 집단에너지 확대, 분산형 신재생 보급을 꼽았다. 아울러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해 先송전망 제약검토와 後발전설비 입지확보를 통해 발전사업자에게 입지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

기후변화 대응 제고 등 환경 및 안전과의 조화를 모색하기 위해선 신규 발전소에 최신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저탄소 에너지원인 신재생과 LNG발전 가동률을 올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에너지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2035년 자원개발률 40%를 목표로 잡았고, 에너지복지 강화를 비롯해 갈등관리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원전(15%) 포함한 에너지 다양성 강조
일본의 에너지기본계획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전 1차(2007년) 및 2차(2010년) 계획과 이번에 새로 제시한 3차 기본계획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1차에서 3E+S(에너지안보, 경제적 효율, 환경보호+안전)를 기본방침으로 정했고, 2차에선 2030년까지 에너지자주화율 강화(38→70%), 이산화탄소 제로 전원 확대(원자력+신재생 비중 34→78%)가 포인트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책기조가 급변했다. 민주당 정권은 민심이 들끓어 오르자 2012년 9월 에너지절약 및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를 최대한 활용, 점차적으로 탈원전을 추진하는 내용의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을 내놓았다. 또 이를 바탕으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개정한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아베정권이 들어선 후 기류가 역전됐다. 이전 정권이 내놓은 계획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난해 12월 13일 10차 회의를 통해 3차 에너지기본계획 개정 초안을 발표한 것이다. 3차 계획에서 일본 정부는 기본방침인 3E+S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여기에 ‘국제적 관점’과 ‘경제성장’이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즉 에너지 정책을 안정성과 경제성,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국제적으로 경쟁과 협력을 조화롭게 추진하고, 에너지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기기 및 서비스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평상시에는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긴급상황 시 에너지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다양한 에너지 수급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원별 정책추진 방향으로는 원자력을 중요한 기본 전원으로 규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비용 절감과 온난화 대응 측면에서 장점이 큰 만큼 안전을 전제로 원전의 지속 가동을 사실상 승인한 셈이다. 구체적인 원전 비중은 정하지 않았으나 정책분과위원 상당수가 15% 안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절약과 신재생에너지 도입, 화력발전 고효율화를 통해 가능한 원전 의존도를 낮춰가겠다는 의지도 함께 표명했다.

이어 석유에 대해선 감소추세에 있지만 발전 및 운송 연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충분한 인프라가 확충돼 있다는 점을 감안, 중요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지위도 여전히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석유부산물로 평가하는 LPG도 일본은 별도 에너지원으로 평가, 운반과 이용이 용이하다는 이점을 활용해 비축 및 충전설비 확충과 함께 공급구조 개선을 통해 비용감축과 운송부문 확대를 과제로 제시했다.

석탄은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문제가 있으나 단가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환경부하를 낮춰가면서 계속해서 활용해야 할 에너지원으로 규정했다. 일본 전원의 4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는 열원으로서 효율성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다고 장점을 적시했다. 여기에 향후 셰일가스 혁명으로 가격이 낮아질 경우 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는 등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정했다. 다만 LNG수입가격이 높다는 점과 자칫 전원비중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선 안정적 공급과 비용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없는 유망한 ‘국산 에너지원’으로 규정했다. 또 향후 3년 동안 재생에너지 도입을 최대한 촉진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원별 특징을 고려해 경제적인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원별로는 태양광은 가격은 높지만 소비자 참여형 분산 에너지시스템으로서의 기대감을, 풍력은 계통연결 문제와 축전지(ESS) 병설을 과제로 지목하면서도 경제성을 후하게 평가했다.

이 외에도 일본은 수용가 선택확대 및 독과점적 공급구조 개혁(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명시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발생 이후 절실하게 느낀 전력부문의 광역계통운영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소매자유화 확대 등 가스시스템 및 열공급시스템 개혁, 종합에너지기업 촉진, 열병합 이용확대 지원, 전략적 에너지 국제협력 추진을 강조했다.
▲ 비슷한 시기에 차기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은 한국과 일본, 처지는 비슷했지만 선택은 분명히 달랐다.

◆비슷하지만 원전·신재생 무게감에서 차이 확연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수급구조와 환경에 있어서 비슷한 점이 무척 많다. 에너지 중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할 뿐더러 여타 국가와의 연계가 불가능한 아일랜드형 구조로 에너지안보의 위험도가 크다. 실제 원별 비중도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많다. 단지 소득수준과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일부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닮은꼴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우리의 2차 에기본과 일본의 3차 에기본을 들여다봐도 원자력의 불가피성 인정, 석유·석탄·천연가스의 중요성,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 큰 틀을 보면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하지만 원별 믹스에 있어서는 그 차이가 확연하다. 확정단계에 있는 원자력만 봐도 일본은 15% 수준인 반면 우리는 30%에 육박하고, 신재생에너지 역시 일본은 30%(원자력 비중에 따라 일부 변동 가능)에 달하지만 우리는 11%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흐름은 비슷하지만 일본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원별 다원화(특정 에너지 위기상황 발생시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해 수급)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전과 석탄 중심의 경제성 우선 에너지정책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원별 경제성과 관련해서는 일본은 환경 및 안전비용(사고후처리 포함)을 넣어 향후 원자력이나 석탄, LNG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우리는 원전과 석탄의 우월성을 맹신하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근본적으로 국가 경제력을 비롯해 국민소득 수준 차이가 큰데다 에너지 공급구조도 다른 상황에서 두 나라의 장기 에너지계획이 똑 같을 수 없다. 여기에 일본은 실제 원전사고를 겪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다. 일본 내에서도 3차 에너지계획에 대해 우리와 같이 찬반의견이 갈린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에너지정책의 미래 방향성을 두고 한국이 겪는 갈등과 혼란이 더 크다는 것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과 신재생 비중을 제외하고는 모두 7차 전력수급계획으로 핵심 쟁점에 대한 최종 결정을 미룸으로써 연말이 되면 혼란이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아프게 다가온다. 물론 양국 중 어느 계획이 더 효율적이고 절대선인지 지금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3차 에기본이 나오는 5년 후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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