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에너지 패러다임

[이투뉴스]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격랑의 물결이 거셌다.

이투뉴스는 국가 에너지백년 대계의 근간이 되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놓고 팽팽히 맞선 각계의 신경전과 일년 내내 비상사태가 걸린 전력수급, 사회적 비용 반영에 따른 에너지원별 발전단가 재산정 등을 올해 에너지·환경업계 10대 뉴스로 뽑았다.

새 정부 들어 달라진 정책 방향으로 곤욕을 치른 해외자원개발은 국회에서도 집중타를 맞았으며, 정부의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는 올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민간기업의 LNG직도입 확대는 노조·시민단체의 잇단 시위로 번지며 파장을 일으켰고, LPG용기 사용연한제는 수급 대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른바 열배관 고속도로 프로젝트가 집단에너지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부각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규제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또 다른 숙제가 됐으며, 자원순환사회전환은 새로운 어젠다로 떠오르며 10대 뉴스에 올랐다.

◆국가 에너지 20년 大計 ‘2차 에기본’
"에너지정책의 기본원칙에 따라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1조 1항에 따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이 마련돼 최종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원전비중은 29%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1%로 각각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공급위주의 에너지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에너지세율을 조정하고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규모 원전증설을 전제로 한 에너지믹스 결정에 의해 정책 패러다임 변화는 요원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곤혹 치른 해외자원개발
올해는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했던 공기업들에게 더없이 가혹한 한 해였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해외자원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이들 공기업은 외형적인 부문에 치중해 결과적으로 부실을 초래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며 곤혹을 치렀다.

결국 내실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민·관 공조체제를 통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큰 틀이 정리되면서 그동안 주도적으로 나섰던 공기업의 추진력은 다소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를 정치적 관점에서 평가절하만 할 게 아니라는 볼멘소리도 없지 않다.

◆공급대란·송전대란 '이중고'
올해도 동·하절기 피크 때마다 예비력이 아슬아슬한 상황이 반복됐다. 때마침 원전부품 비리가 터져 정상가동하던 원전 3기를 멈춰 세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수급난으로 혹사당한 원전이 잇따라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둘러싸고 시위가 격화되는 등 전력 공급시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제때 확충되지 못한 송전망(전력계통)은 최근 수년간 안전성이 크게 취약해졌고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은 계통포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됐다.

◆갈등 증폭된 가스민영화
LNG직수입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노조·시민단체 간 갈등국면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해 LNG직수입 확대를 추진하다 실패했던 정부가 또 다시 여당을 앞세워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입법발의하면서 사태가 불거졌다.

정부·여당 측은 해당법안이 가스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다며 경쟁체제를 통한 소비자가격 인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력한 정책 의지를 표명했다. 반면 노조와 시민·노동단체는 사실상 가스 민영화라며 집단시위에 이어 총파업 경고 등 투쟁 강도를 한층 높여 대결 국면의 긴장감을 높였다.

◆수도권 열배관 고속도로 회오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수도권 발전단지와 철강업체 등에서 나오는 열을 끌어 모아 공급하는 ‘그린-히트 프로젝트’가 집단에너지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연구용역을 통해 정부와 한난은 성사될 경우 국가적으로 7조7000억원의 에너지비용 절감이 가능해 투자비(1조원) 대비 8배의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청와대 보고까지 이뤄지면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지만 일부 집단에너지업계는 물론 도시가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대 포장과 중복투자 우려의 반대논리를 넘어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 인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본격화
한국을 동북아 석유 물류 및 금융 거래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올해 동북아 오일허브 비전을 선포하며, 여수와 울산에서 각각 비전선포식과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 기공식을 가졌다.

오일허브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경우 석유 물류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석유거래소 설립을 통해 국제 금융거래와 각종 파생상품 거래가 이루어지게 돼 석유 물류와 금융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의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각종 제도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지속적인 정책의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환경규제에 발목 잡히는 신재생
미래 세대에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환경규제로 인해 풍력과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오히려 차질을 빚고 있다. 환경부 등 환경당국이 대다수 풍력발전과 조력발전소 건설을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우여곡절 끝에 극소수의 풍력발전소는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산업부와 환경부 간 시각차이는 여전하다. 태양광을 제외한 비태양광 분야 신재생 보급은 앞으로 이같은 환경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가 키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수급 대란 촉발한 LPG용기 사용연한제
3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6월 1일부터 26년 이상된 노후 LPG용기를 폐기토록 하는 용기 사용연한제가 시행되면서 수급 대란의 불안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용기 수급상황을 점검한 정부와 가스안전공사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시장에서는 전국적으로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용기 사용연한제가 부당하다며 전국 LPG판매사업자들이 대대적인 집단시위에 나설 움직임까지 일면서 정부는 대책마련에 고심했다. 결국 용기 제조업체들의 반대에도 불구 사용연한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수순을 밟았다.

◆자원재활용 강화, 순환자원시대 스타트

현재 매립되는 폐기물 중 56%가 에너지화 및 자원회수가 가능한데도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매립·소각부담금제를 도입하는 등 자원순환사회 전환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이 그 매개체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재활용자원의 매립 제로화와 자원·에너지가 선순환하는 사회구조로 전환될 경우 연간 재활용량이 1000만톤 증가해 재활용시장이 5조원으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1만개 넘게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산업계 반발은 해결과제다.

◆달라지는 에너지원별 시장경쟁 룰
사회적 비용을 최종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의 발전단가 재산정 작업과 후속 세제개편이 추진돼 에너지원별 시장경쟁이 지형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LNG·신재생에너지 등의 청정연료는 시장확대가 예상된다. 정부는 유연탄 과세를 신설하고 LNG 세금을 감면하는 내용의 세수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연료 가격만을 따져 전원별 경제성 우위를 비교했던 과거 방식도 변화의 움직임이 인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존 기저부하인 원자력과 석탄화력에 사회·환경적 비용을 반영했더니 원전 원가는 크게 치솟고, 절대 우위에 있던 석탄화력은 LNG복합과 경합관계에 놓였다.

특별취재반 e2new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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