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GE 등도 장기 재무계획 재수립

[이투뉴스] 미국의 주요 정유사들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정부의 탄소세 부과를 예측하고 기업의 미래 성장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오랜 기간 지구 온난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일부 기업들의 이러한 변화는 미국 내에서도 매우 혁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공화당과 후원 기업들간의 공조 균열 요인이 되고 있다.

환경정보 분석기관인 CDP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월마트,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 등 최소 29개 기업들이 장기 재무계획에 탄소 배출에 대한 지출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일부 기업들은 탄소세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조치에 찬성하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모두 이러한 기업들의 변화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기업들의 재무 계획표에 따라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자 하는 정책에 지원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톰 카낙 CDP 북미대표는 "5개 대형 정유사들이 그들 재무 관리에 탄소세가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 셰브론, BP, 셸 등 5개 대형 정유사와 달리 공화당을 지지하는 대기업들은 기후 정책에 반대하는 노골적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탄소에 가격이나 세금을 매기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캠페인이 대다수다.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와 실익적인 측면에서 재무 계획을 세운 정유사들간의 균열은 더욱 깊다. 친기업 공화당원들이 당내 강경 보수세력 티파티(Tea party)와 충돌하면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규제하기 위한 계획을 앞세워 기후 정책을 펴고 있다. 주정부들은 탄소 오염 유발자들에게 세금을 물리게 된다.  

UN 기후변화회담에서 미국측 교섭자들은 미국이 탄소 배출을 2020년까지 2005년 기준 17% 줄이고 2050년까지 80% 낮출 것을 약속했다.

카낙 대표는 "회사들은 이러한 경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지출을 회사 전략 계획에 포함하고 있는 회사로는 마이크로 소프트와 GE, 월트 디즈니, 콘아그라 푸즈, 웰스 파고, 듀퐁, 듀크 에너지, 구글, 델타 에어라인 등이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탄소에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에 동의해 왔다.

산업이 탄소 오염원을 내뿜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한다면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높아진 가격은 시장이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고 저탄소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하게끔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탄소세를 입법화하려는 과거 노력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화석연료 단체들이 탄소세를 지지하는 입법안자들에게 불리한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1994년 당시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가 기후변화법안에 투표할 것을 촉구한 이후 수십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재선에 실패했다. 그 법안이 통과되면 탄소세도 부과할 수도 있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민주당원들에게 배출권거래제에 투표할 것을 설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량을 초과한 회사들이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강요하는 제도다. 이듬해 극우단체 티파티는 그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낙선시키는데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었다.

2012년 선거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헌츠먼은 기후변화의 과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거부한 바 있다. 탄소 가격 정책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탄소세를 에너지 세금이라고 간주하고 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포춘> 선정 500위 미국내 기업에서 가장 이윤을 많이 낸 회사로 꼽힌 엑손모빌은 기후 변화 정책에서 느리지만 진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년 전 이 회사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단체를 지원했다. 그러나 2010년 엑손모빌은 석유나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낮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회사를 인수해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현재 엑손모빌은 미국내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회사다.

엑손모빌은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탄소 배출이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엑손모빌의 앨런 제퍼스 대변인은 "궁극적으로 정부가 화석연료 수요를 낮추고 가격을 올리기 위해 많은 정책을 통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엑손모빌은 탄소비용이 톤당 60달러 정도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미래 재무를 계획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진보연구단체인 미국진보센터의 기후 정책 담당자인 댄 베스는 "엑손모빌과 다른 많은 대형 회사들은 기후변화가 그들 산업에 직접적으로 경제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은 너무 늦기 전에 정치적 동맹자들이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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