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을 놓고 긴 세월 씨름을 벌여왔던 서울시와 업계 간의 샅바 싸움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끝났다.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어 ㎥당 1.93원을 인상하는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안을 부결시켰다. 이날 물가대책위원회에는 전체 23명 가운데 16명이 참석해 7대 9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상한 것은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하는 서울시 국장 5명 가운데 1명만이 참석한 점.

서울시민의 입장으로 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도시가스 공급비용이 오르지 않게 됐으니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시의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 과정에는 여러 가지 불합리와 모순점이 결합되어 있는데다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도시가스 공급비용에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르지 못한데서 오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서울시내에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5개 업체가 자의로 인상안을 제시해서 서울시가 이를 검토하고 물가대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제 3의 연구기관에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을 위한 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와 서울시가 조율을 벌인다. 이후 업계와 서울시가 합의를 이루면 물가대책위원회 통과는 사실상 관례적인 절차로 인식되어 왔다. 실제로 서울시가 낸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안이 물가대책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인상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도시가스사들의 경영환경은 그만큼 어려워지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우선 오래된 배관의 교체 뿐 아니라 안전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다 소비자와 연결되어 있는 지역관리소의 검침 및 점검, 기기교체 및 연결 등에 부실한 서비스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손해다.

더욱이 이번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과정에서 서울시는 업계에 신용카드 전면도입을 거의 강제적으로 권유했다. 결국 ㎥당 2.5원의 새로운 인상요인이 생겨 설상가상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꾸어 말하면 서울시는 신용카드 도입 등 원하는 목표는 모두 달성하고 업계에는 비용인상을 허용하지 않은 셈이다. 업계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에는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가 있다. 업계는 내년에도 이런 정치적 일정 때문에 사실상 도시가스 공급비용 인상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인상요인을 억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피해를 미리 막는데 서울시가 어떤 형태로든 손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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