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됩니까.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는 택시정책이라니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대기환경 개선은 물론 연료 간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단 면피하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정책’입니다”

“택시업계가 경영난에 처한 근본원인은 과잉공급입니다. 구조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오히려 택시운전자들의 처우개선에 반하는 진정성도 없고, 실효성도 없는 ‘생색내기 정책’입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경유택시 도입에 반대하며 집단시위에 나선 환경단체와 택시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국토교통부와 정부여당이 경유택시 도입을 추진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해가 엇갈리는 관련업계는 물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택시노조까지 길거리로 나섰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작용이 많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유택시 도입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7월 경유택시에 대한 유가 보조금 지급이 거론됐으나 환경 위해성 문제로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된 바 있고, 2011년 12월에도 택시용 경유 면세법안으로 경유택시 도입을 추진했으나 관련부처 및 환경단체와 택시노조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어려운 택시업계를 지원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경유택시 도입이 정작 힘들어하는 택시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대기환경 개선에 온 힘을 기울였던 기존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이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 전국 택시노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집단시위를 가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택시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92.3%가 경유택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에 심각한 폐해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수행한 ‘택시용 자동차의 연비, 배출가스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특성 평가·연구’를 보면 경유택시의 환경성 문제가 명확하다.

택시의 실제 운행상태를 고려한 비교실험에서 질소산화물의 경우 경유 차량이 LPG차량보다 50배나 넘게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의 경우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경유차에서 나오는 디젤연소분진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각종 폐질환 및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37개 환경단체가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유택시 도입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한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이다. 심각한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유택시 도입은 그동안 어렵게 거둔 성과를 수포로 만드는 정책에 불과하다.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택시 도입과 유가보조금 지원 여부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함구령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강행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합리적인 명분과 논리로 세인(世人)을 납득시키지 못한 채 정치적인 판단만으로 경유택시 도입을 강행해 자칫 ‘국민’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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