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정반대되는 재미있는 통계가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3년 자가발전 설비는 5980MW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4044MW로 오히려 32.4% 줄었다. 정부는 틈만 나면 대형 발전설비의 건설과 대용량 송전용량을 갖추기 위한 송전탑 건설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분산형 전원 체제로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같은 기간의 자가발전량도 2만9900GWh에서 2만1628GWh로 27.7% 감소했다. 국내 총발전량에서 차지하는 자가발전 점유율 역시 2003년 8.6%에서 4.1%로 반토막이 났다. 이런 결과는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고 있는 값싼 전기료 덕택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력을 편하게 공급해주고 있는데 어떤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들이면서 자가발전 설비를 갖추겠는가? 설사 설비가 있다 하더라도 비싼 돈을 들여 자가발전기를 돌릴 이유가 없다.

자가발전소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연간 30개 이상 건설했다. 비상시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도 이명박대통령 정부 이후와 같은 턱없이 값싼 전기요금 유지방침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가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인센티브가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내내 편리하고 질좋은 전기를 그것도 값싸게 공급해주는데 굳이 자가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정부 정책이란 이처럼 기업의 미래 움직임을 예고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이명박 대통령 정부 5년 동안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많은 난방 방식이 전기로 바뀌었고 심지어는 농업용 시설도 연탄에서 등유로, 근래에 들어서는 전기로 많이 바뀌었다. 냉난방 방식의 변경에는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냉난방 방식을 바꾸는데 돈을 많이 들였는데 어느 날 정부가 전기요금 정책을 원가보상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나서면 그만큼 저항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장에 신호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kW당 산업용 전기요금을 나라별로 비교하면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 310, 독일 272, 영국 220, 프랑스 21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4 정도. 이런 전기요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에게 자가발전 설비를 갖추라고 강요하고 나아가서 쥐꼬리만한 과태료를 매긴다 해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는가.

모든 정책은 그에 따른 결과를 수반한다. 그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상상할 수 없는 수업료를 지불했다면 지금이라도 국민을 눈속임하지 않고 솔직하게 현실을 설명, 전기요금을 찔끔찔끔 손대지 말고 환골탈태하는 방향으로 합리적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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